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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조의 희말라야 여행기<15>

배우고, 일구고, 버리고, 떠나는…거리의 사두-네팔의 풍물

* 부드럽고 가벼운 파슈미나- 손끝 따라 마음에도 고운 물이 드네

선물 1 순위, 네팔의 파슈미나는 고급 캐시미어다. 유럽에서 유행이 된 적이 있었다고 하는데, 주로 인도, 티벳에서 티벳산 염소의 연한 털이나 몽고나 네팔의 고산에서 사는 산양의 가슴 털을 이용한다.

 

파슈미나가 유명세를 갖게 된 건 인도 북부의 카슈미르 지방에서 짠 고급 캐시미어가 유럽에 알려지게 된 16세기부터라 한다. 그래서 이름도 카슈미르의 영어식 발음인 캐시미어가 된 건데 한번 보면 여성들은 모두가 탐을 낸다.

우리나라의 모시 짜는 것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 베틀에서 얇게 짜고 손으로 마무리 장식을 한다. 대부분 남자들이 베를 짜고 바느질을 하고 염색을 하는데, 숙련가들이 눈대중으로 물들이는 색상이 삼사백 가지나 된다. 천연의 재료로 물을 들이는데 주로 원색에 가까운 화려한 색상이지만, 기하문양을 한 것도 있다.

 

부드러운 감촉에 보풀이 많아 실크를 섞어 짜는 경우가 흔하다. 캐시미어보다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가벼워 숄·스카프·담요 등으로 사용된다. 값이 싸서 여성용 숄을 여러 장 사면서 내가 쓸 작은 것도 빨강, 파랑, 초록으로 마련했다. 지난번 이라크에서는 생수 한 병이 1달러인데 반해, 휘발유는 100병 분량이 1 달러라 기 막혀 했다. 네팔의 물가도 우리와 판이하다.

 

공산품은 터무니없이 비싸고, 수제품은 싸다. 공업이 미약한 나라라 그런지 1회용 부탄가스 하나도 우리 돈 5천원을 넘고 가게에서 파는 대부분의 공산품은 수입품이다. 하지만 파슈미나, 야크털 옷 같은 노동집약적인 물품이나 집안에서 만든 것들은 많이 싸다.

돌아오는 길에 소나기가 내려 릭샤를 탔다. 그늘막이 비를 막아주어 숙소까지 굵은 빗방울을 피할 수 있었는데 타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릭샤는 자전거를 개조한 인력거인데, 네팔이나 인도에서 흔하다. 가격은 흥정으로 결정하는데, 택시 보단 싸지만 바가지 씌우려는 릭샤꾼과 깎으려는 외국인 사이에서 입씨름이 벌어지기도 한다. 걸핏하면 딴 소리하는 릭샤꾼과의 실랑이가 꽤나 짜증스러울 수도 있다.

* 노천탕과 사두- 여유를 풀어 낸 물에선 나무냄새가 나지

오후에 자그만 노천탕을 찾아갔다. 여자 넷, 나 그리고 꼬마까지 여섯이 택시를 타고 갔는데 일본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라 한다. 온천과 레스토랑이 함께 있는데 나무로 담을 두르고 대나무를 곁들여 일본풍이 느껴진다.

탕에 들어가는 차림으로 여성에게는 원피스를 남성에게는 반바지 수영복을 나눠준다. 누추하지만 탈의실과 샤워시설도 있고 물에 들어가면 따뜻한 차도 준비해준다. 자주 오는 건지 서양 여성 하나는 수영복을 입고 있다. 여성용 원피스는 펀자비(무릎 밑으로 내려오는 여성용 일상복)를 닮았는데 물에 들어가면서 옷이 들릴까봐 조심해야 할 차림이다.

함께 온 여성 중 하나는 몸에 옷이 붙는 걸 무안해하고, 탕에서 꼼짝 않고 가슴만 가리고 있어 말 걸기도 쉽지 않다. 앞서 온 서양 사람들이 나가고 우리만 있는데 다른 여성들의 행동과 대조를 이뤄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괜히 나까지 어색해진다. 신경이 쓰인다.

 

어쩌면 탕에서 나올 때까지 말 한마디 않고 그럴까. 차라리 여성들에게도 수영복을 준비해 주는 게 좋았을 텐데. 나머지 세 명의 여성과 나는 여유 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온천욕을 즐겼다.

한동안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기분이 개운하다. 얼마 만에 몸을 담가 보는 건지 뼛속까지 깨끗해지고 피로가 싹 풀린다. 주위를 둘러친 나무에서는 소나기 내릴 때 걷던 숲의 냄새가 난다. 은은한 나무 냄새가 물에도 배었다.

덜발광장이나 파슈파티나트 아니, 시내를 오가다 보면 지팡이를 짚고 수염이 덥수룩한 사두를 만날 수 있다.

누런 두건을 쓰고 단감 색깔의 옷을 둘렀는데, 약간의 돈을 기부하면 이마에 붉은 점(티카)을 찍어 축복을 준다. 사두는 힌두교의 수행자인데, 교리에 나오는 네 가지 단계의 행복(고행=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베다(경전)를 공부하는 기간인 브라마차르야(學生期=배우고), 부와 쾌락을 추구하는 그리하스타(家住期=일구고), 삶의 목적을 찾는 바나프라스타(林住期=버리고), 신과 하나(해탈)가 되고자 하는 산야사(遊行期=떠나고)가 이에 해당한다. 마지막 단계는 가족과 재산을 버리고 방랑하며 고행하는 데, 이때의 사두를 산야시라 한다.

TV에서 힌두 수행자들의 기이한 고행을 본 일이 있다. 요가를 통해 수행하거나, 잠을 자지 않는 사람, 한 쪽 팔을 들고 살아가는 사람, 하루 종일 서 있는 사람, 옷을 벗고 수행하는 사람(나가 사두) 등 몸을 학대하는 것인지 수행하는 것인지 모를 나름의 고행을 찾아 자신의 믿음을 다지고 있었는데, 때로는 돈벌이로 기행을 선뵈는 자들이 있고 걸인들과도 잘 구분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사진기를 들이대면 여지없이 돈을 달라고 손을 내민다.

▶▶▶ 무엇을 선물할까?

네팔에 가면 참 사고 싶은 게 많다. 손재주 좋은 사람들이 천연의 재료로 만들어 낸 걸 보면 선물하고픈 생각이 절로 든다. 사고 싶은 건 많지만 대체로 싼 걸로 몇 가지만 소개한다.

- 향: 아침에 타멜 거리에는 향 냄새가 가득하다. 은은하게 흐르는 향 냄새는 머리를 맑게 해주고, 퀴퀴한 집안의 냄새도 가져간다. 허브가 든 것까지 종류도 다양해서 이것저것 골라 피워보는 재미가 있다.

- 허브비누: 투박하게 생겼지만 그래서 손으로 만든 비누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잡화점에서도 팔았는데 인도에서 들여온 게 많았고, 허브 성분에 따라 몇 종류가 있었다. 상쾌한 향이 기분 전환,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고 하는데, 타멜에서는 아무래도 싸지가 않다.

 

 

- 홍차, 녹차와 허브티: 인도의 다(르)질링과 붙은 네팔 동부의 일람에서 생산되는 홍차가 유명하다. 녹차도 생산된다. 그리고 히말라야에서 자라는 네팔산 허브는 품질이 아주 좋단다.

-옷과 숄, 장신구: 여러 가지 수공예품을 싸게 구할 수 있다. 털실로 짠 옷이나 가죽제품, 티베탄 카펫과 조각보, 마로 된 시원한 옷이나 나염한 예쁜 옷, 파슈미나 뿐 아니라 길거리에는 값싸고 예쁜 장신구와 털모자도 많이 판다.

- 암염: 바다가 히말라야로 바뀔 당시에 만들어져 원시 미네랄과 무기질이 풍부하다고 하는데, 시장을 지나다 보면 거무튀튀하거나 불그스레한 돌덩이처럼 생긴 걸 간간이 볼 수 있다. 피부미용과 노폐물 배출에 좋다한다.

- 야크 치즈: 무게 걱정이 아니라면 야크 치즈 한 덩이 사와서 구워먹는 것도 좋을 일이다. 돌덩이처럼 딱딱한 것이 구우면 녹녹해져서 별미다. 생으로 썰어 놓은 건 도통 뭔 맛인지 모르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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