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창룡문]똥싼바지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18세기 역사학자 조반니 비코(Giovanni B. Vico)는 “역사란 나선형으로 발전한다”고 언급했다. 그의 사관은 역사는 반복하되, 단순하게 똑같이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반복한다는 것을 뜻한다. 역사는 인류의 지혜의 축적이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므로 현재에 어느 정도의 과거 재생은 불가피하다. 다만 비코는 반복하면서 발전하는 역사의 흐름을 짚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의류 부문 유행을 보더라도 10년 정도의 주기로 돌고 도는 경향이 있다. 미니스커트가 유행하고 나면 롱스커트가 나오고, 60년대 복고 풍, 80년대 마돈나 풍을 거쳐 다시 1930년대 스타일 등이 등장한다.

유행을 선도하는 디자이너나 패션업자들은 자꾸 새로운 것처럼 보이는 유행을 만들어내고, 그 단초를 잊혀진 과거에서 찾으며, 허겁지겁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그들의 상징조작에 익숙하게 적응한다.

올 여름에 남성은 ‘똥싼바지’, 여성은 ‘배바지’를 선호할 것으로 패션잡지들은 전망하고 있다. 아니 벌써 ‘똥싼바지’와 ‘배바지’라는 이상한 이름의 바지들이 불티나듯 팔리고 있다 한다. 띄어쓰기를 정확히 하면 ‘똥 싼 바지’란 입은 사람이 똥을 쌌을 경우 바지가 똥의 무게만큼 밑으로 늘어진다는 점에 착안하여 사타구니 밑으로 10-20cm쯤, 심지어는 무릎까지 쳐지게 다지인한 헐렁한 바지를 뜻한다. ‘배바지’란 여성들이 배를 가릴 정도로 높이 올려 입도록 길게 디자인 바지를 가리킨다.

‘똥싼바지’란 큰 간판을 걸어 기괴한 인상을 주는 가게들이 인터넷에 사진으로 속속 올라오고 있다. 유행에 뒤진 사람들은 ‘이 집은 똥을 싼 옷까지 파는 천하에 지저분한 가게로구나’하는 생각을 할 가능성도 있다. 또는 ‘똥싼바지’를 새로 사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들이 똥 냄새를 풍기지는 않겠지만 인정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저 청년은 백수인가? 몸에 맞지도 않은 싸구려 기성복을 사 입고 좋다고 다니는구나’하는 동정심을 불러일으킬지 모른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