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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석의 작가탐방<16>-신현철의 예술세계

 

그의 찻그릇에는 자신의 경험으로
터득한 깊은 철학이 내재되어 있다.
그에게 있어 찻그릇은
사람과 사람의 마음과 시선을 모으고
차를 마시는 입술이 마주하는
중요한 매개물이다.


마음의 香을 우려 빚은 깊은 맛의 茶器…

전통적으로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가장 우리 냄새가 나는 예술품은 아마도 흙으로 빚어진 여러 종류의 그릇들일 게다. 여러 가지 모양과 용도를 지닌 그릇들에서는 선조의 숨결과 더불어 그들의 정성과 정신, 삶의 모습 그리고 민족 정서 및 예술가적인 영감까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이 그릇들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임진왜란이 그릇과 밀접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그릇들이 지니는 예술적· 사회적 의미는 주목할 만하다.

최근 경기도 이천에서 도자기 엑스포가 열리는 등 많은 사람들이 도자기에 관심을 지니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도예가가 정성스럽게 빚은 열정과 수고에 비하면 그들에 대한 대접은 그리 합당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도예가 스스로도 다양한 각도에서 업그레이드 시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도예가 신현철은 경기도 광주의 자연 경관이 좋은 시골마을에서 그릇 만드는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다. 항상 흰 한복에 상투를 맨 그의 모습에서는 흙과 더불어 외로운 길을 걸어 온 예술가로서의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그는 학창시절에 고려백자를 보고 감동되어 백자에 입맞춤을 했으며, 어머니의 숨결처럼 부드럽다고 느꼈다. 곧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백자와 관련된 책을 사면서부터 그의 도자 예술가로서의 길은 시작되었다. 군대를 다녀와서 남들보다 조금 늦게 도예에 입문한 작가는 스승으로부터 그릇 만들기를 전수받으면서 진정한 예술가의 길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깊은 맛이 느껴지는 그릇을 만들고자 밤잠을 설칠 정도로 생각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승으로부터 “야! 털보야! 너는 무슨 분청이니 뭐니 설치지 말고 그릇 속에서 그 무엇을 찾아봐라.”라는 말을 듣고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후로는 모든 잡생각을 떨쳐버리고 오직 그릇에서 진리를 찾고자 하였다.

신현철은 귀하게 보이는 그릇보다는 실용적으로 쓸 수 있으면서도 예술성이 높은 그릇들을 빚고자 하였다. “반드시 실용적인 그릇으로 사용되면서도 예술성을 담은 그런 그릇을 만들 거야.”

이후 작가는 도자들이 지니는 기존의 개념에나 형식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고 독창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한 그릇을 만드는 데 주력하였다. 그는 작은 것까지도 꾸준히 관찰하고 고민하여 그 그릇에 적합한 미감을 만들어내는 데 최선을 다하였다.

그러기에 그의 작품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대단히 섬세하고 세련되면서도 우리의 감성을 잘 담아서 깊이가 있는 그릇들임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어디서 본 듯한 형태를 지닌 그의 일련의 작품들은 신현철만의 독창적인 조형성을 지닌 것이다. 우리 정서를 담은 자연스러움이 그의 그릇 속에 함께하고 있음은 놀라운 일이다. 현대적인 감성과 실용성이 어우러져 우리 정서를 담은 전통 차 그릇의 이미지로 아름답게 발현된 것이다. 이처럼 현대적 감각을 지니면서도 우리의 미감과 정서를 독창적으로 담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신현철은 얼마 전에 대구 태백프라자 전시실에서 작품전을 가졌다. 마침 필자는 대구를 방문할 일이 있었으므로 전시장에 잠깐 들렀다. 그가 만든 찻잔을 비롯하여 차 단지, 다관, 차받침, 사발 등 여러 종류의 작품들을 감상하게 되었다. 작품의 수준과 독창성 면에서 객관성을 인정받아서인지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진지하게 감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의 찻그릇에는 자신의 경험으로 터득한 깊은 철학이 내재되어 있다. 그에게 있어 찻그릇은 사람과 사람의 마음과 시선을 모으고 차를 마시는 입술이 마주하는 중요한 매개물이다. 또한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빚은, 생명력이 꿈틀거리는 사랑의 그릇이라 하겠다. 그래서 신현철은 흙으로 빚은 생명과도 같은 그릇에 사람의 정을 담아내며 차를 음미하는 다도인이기도 하다.

 

그는 더욱 깊은 맛을 담기 위해 작품 하나에도 몇 년 동안 공을 들인다. 마지막 벽에 부딪쳐 사람의 힘으로는 더 이상 할 수 없는 시점까지 거칠게 몰아붙인다. 그리곤 선택할 여지가 없는 절망의 상태에서 마지막을 맛본다. 새로운 미적 조형이 탄생되는 순간인 것이다. 이렇게 신현철의 흙 묻은 손에서 세상의 모든 복잡한 것들은 땀방울과 함께 하나가 된다. 그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을 버린 구도자처럼 새로운 생명력이 넘친다.

그의 작품에선 연잎과 연꽃이 하나로 조화를 이루며, 거기엔 불교적인 구도자의 깊이가 있다. 푸르른 연잎에는 불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듯한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다.

신현철의 작품들은 무턱대고 형상미를 얻은 것이 아니라 삼년 이상 묵은 결정체들로 이루어졌다. 온갖 정성을 다하여서 보고 또 보고, 다듬고 또 다듬는다. 이 그릇들은 곧 우리들의 마음과 다름없기에 더욱 아름답다.

그의 작품이 호평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독창적인 조형미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독창적인 미감은 아마도 그릇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철학의 공존에서 비롯될 것이다. 그릇에 대한 공부를 거의 혼자 힘으로 해결하였던 작가는 필자와의 첫 만남 때 도자와 관련된 살아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론적인 지식들을 인상적으로 전하였다.

이처럼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빚어지는 그의 일련의 작품들은 불교적인 성향을 강하게 담고 있다. 연꽃잎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그의 삶 자체에 어딘지 불가적인 요소들이 배어있는 듯해 보인다. 또한 비교적 단순한 듯하면서도 도가적인 측면들이 담겨있어서인지 깊은 맛이 흐른다.■ 글=장준석(미술평론가)

[연파 신현철 약력]
1985 한국우수작가초대전(LA)
1986 제1회 개인전(경인미술관)
1986 '86 신춘초대전(한국미술연구회)
1987 '87 신미술 형상초대전(경인미술관)
제2회 개인전(경인미술관)
1988 다화랑 초대전(진주)
제3회 초대전(미도파화랑)
1989 제4회 개인전(경인미술관)
1990 제5회 초대전(미소화랑)
1995 제6회 개인전(경인미술관)
1996 한국 전통 도예특별전(요코하마무역박람회)
'96 국제차문화서울대회초대전(세종문회회관)
1997 라디오코리아이민역사기념관개관1주년기념전(LA)
한일도자문화교류 400년전(후쿠오카)
1998 21C한일미래구상포럼(삿포르 국제교류프라자)
도쿄근대미술관초대전(일본 도쿄)
한국도공의정신전(성곡미술관)
1999 한국도예조형작가상수상기념전(가산화랑)
가와무라기념관미술관(일본 지바현)
2001 중한다구도예명품전(중국 상해)
中홍국제도예전 1등수상(중국 의홍)
2003 세계도가비엔날레 워크숍
2004 예술의전당 신현철 다구전
2005 신현철 도예 독일전 (뮌헨 슈나이더 갤러리)
2006 한·중 미술 도예 국제 교류전(부산시립미술관)
신현철 찻그릇 다구조형전(한가람미술관)
2007 2007년 핀란드 국립 문화 박물관 도예 초대전
2007년 대백프라자 갤러리 신현철 도자 조형전

■ 작가 연락처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방도리 272번지
(011-9471-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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