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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객원 논설위원>

“금동아리의 비싼 술은 천 명의 피요/ 구슬 쟁반의 맛있는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물이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이 떨어지고/ 노래 소리 드높은 곳에 백성의 원성 치솟더라(金樽美酒 千人血 玉盤嘉肴 萬姓膏 燭漏落時民淚落 歌聲高處 怨聲高)” 이 시는 춘향전에서 탐관오리를 숙청하기 위해 출동한 암행어사 이몽룡이 읊어서 유명해진 사회개혁성향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탐관오리들은 조선시대에 세도정치가 극성을 부리던 때 발호했다. 1800년대 대표적인 세도 가문 안동김씨 가문은 나이가 어렸거나 무능했던 순종, 헌종, 철종 시대에 정권을 농락했다. 그들의 위세로 낙하산을 탔거나, 그들에게 기대서 벼슬을 차지했거나, 돈을 주고 벼슬을 산 자들이 백성들의 재물을 마음 놓고 착취하고 백성들의 인권을 유린했다. 이렇듯 백성에게 적대적인 가진 자들의 반동(反動)은 농민들의 반란을 촉발시켰다.

국민의 고혈은 어제의 일만은 아닌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전국 시·군 단위의 164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행정정보 공개 청구 및 관련 조례를 분석한 결과 전국 상·하수도, 도시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의 연체료가 지나치게 높고 납부기일이 단 하루만 지나도 무조건 한달 연체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상·하수도 요금의 경우 연체 이자율이 최대 77%에 이르러 지자체가 악질적인 사채업자들의 뺨을 치는 수준으로 힘없는 국민을 갈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KBS 회견에서 1천조원 이상의 혈세를 필요로하는 ‘비전 2030’을 ‘장기 국가발전 전략’이라고 강조하고 공공기관을 대폭 확충하여 ‘큰 정부’를 만드는 데 열중하는 사이에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은 마음 놓고 국민의 몸을 쥐어짜려는 것 같다. “실생활에 필수적인 공공요금을 장기간 중가산해 연체료를 부과하는 것은 공권력의 횡포다” “중가산제도를 폐지하고 연체료를 부과하는 방식도 전기요금처럼 하루 단위로 바꿔야 한다”는 경실련의 외침이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복음처럼 들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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