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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주민소환제’ 올바른 현행법 개정해야

여론몰이로 즉흥적 정책 정치 보복수단 악용 우려
잦은 주민소환 혼란가중 내용적 제한장치 필요성

 

지난 5월 ‘주민 소환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지 채 한 달도 안 되어 경기도 하남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절차가 시작되었다.

일부 지역의 시민단체나 정당조직, 공무원 노동조합 등도 경쟁적으로 나서서 해당 지역의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들을 대상으로 주민소환을 단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전국적인 파장이 예상된다.

주민소환제란 무능하거나 비리를 저지른 선출직 공무원을 유권자가 고발하여 투표로 해임하는 제도로서, 시·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이 그 대상이 된다.

그동안 무능력하거나 독선적인 정책 집행과 인사 전횡을 저지른 공무원, 외유성 국외 출장이 잦거나 혈세를 낭비하고 각종 비리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도 한 번 뽑아 놓은 이상 다음 선거일까지 해당 지역 주민들이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었다.

주민소환제는 이런 폐해를 줄이고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민주주의의 한 형태로써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겠다.

주민소환제는 무엇보다도 공직자들로 하여금 지역 주민의 목소리에 좀 더 귀기울이게 하는 장점이 있다.

또 선출직 공무원의 독선과 직권 남용을 견제할 수 있으며, 부정과 비리에 연루되거나 공직에 부적합한 공무원을 선별적으로 몰아냄으로써 공직의 기강을 바로 세울 수 있다.

그리고 선거에 임하는 공무원 후보자들로 하여금 당선만을 목적으로 실천 불가능하거나 무리한 공약을 남발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민소환제가 현행법처럼 별다른 제한장치 없이 여론몰이로 시행될 경우, 지방행정이 지역주민에 대한 인기영합주의로 내몰리거나 주민소환이 반대당의 정치 보복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주민소환이 너무 잦게 되면 우선 지방행정이 일관성을 잃게 되고 혼란이 가중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정책이 지역 주민의 인기에 영합하는 방향으로 왜곡될 수 있다.

주민소환이 진행되면 해당 자치단체장의 업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행정 공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재·보궐선거의 반복으로 예산과 국력이 낭비되고 지역 주민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또한 정당이 기초자치단체장과 의원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현행 선거법 하에서는 주민소환제가 정당 간의 정치투쟁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도 있어, 지역 주민들의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고 지방행정을 마비 또는 황폐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지나친 지역 이기주의로 인해 보다 큰 국익이 무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가 차원의 군사기지 건설이나 광역 쓰레기 매립장·소각장·화장장 건설 등 공익적 성격이 큰 정책들이 지역 주민의 인기 영합을 앞세운 자치단체장들의 반대로 그 시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나아가 지역적 인기를 얻기 위한 즉흥적인 정책들로 인해 장기적인 국가 정책이 표류하거나 연기될 위험도 크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거의 무제한적으로 주민소환이 허용되고 있는 현행 ‘주민 소환에 관한 법률’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현행법도 임기 개시일로부터 1년이 지나야 주민소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시간적 제한장치를 두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소환청구의 사유에 관한 내용적 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것이 바로 문제이다.

여기에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아니한 ‘주민 소환에 관한 법률’에 대한 개정의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당초 선출직 지방공무원의 비리 및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자의적으로 행사되는 지방권력에 대한 주민의 견제를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아니한 채 조급하게 제정한 것이 현행 ‘주민 소환에 관한 법률’이다.

명분과 목적에 집착하다 보니 그 남용에 대비하는 적절한 통제장치의 마련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을 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라도 대상자의 비리 연루나 권한 남용, 무능력, 예산낭비, 인사 전횡 등 구체적인 소환 청구 사유를 규정하여 주민소환에 대한 내용적 제한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법률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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