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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전시행정이 만들어낸 ‘명품교육’

학교 슬로건 교체 교육계 술렁
조급증 버리고 본모습 찾아야

 

세상이 온통 ‘명품 브랜드’로 넘쳐나더니 어느날 느닷 없이 ‘명품교육’이란 말이 등장했다. 차라리 교육학 용어라도 빌려 썼으면 좋을 것을 냄새가 나도 너무 난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이 명품을 놓고 동료교사들이 꽤나 비지땀을 흘린 걸로 안다. 알고 보니 학교별로 슬로건을 바꾸는 일에서 시작되었다.

고위층 교육 행정가의 한 마디에 학교가 온통 술렁이고 교사들은 거기 주문대로 입맛에 맞추느라고 허둥거리고 있다.

민주화 시대, 21세기 지식중심의 첨단시대라고 하면서 위에서 지시하면 토론하거나 비판 한마디 못하고 허둥지둥하는 교육현장은 달라진 게 없다.

그러면 그동안 해온 교육은 모두 ‘저가품 교육’이었단 말인가.

한 때‘수요자 중심 교육’이란 말이 학교를 휘젓고 다니더니 교육감이 바뀌고 ‘명품교육’이 또다시 학교를 휘젓고 다닌다.

알다시피 ‘수요자’니 ‘명품’이니 하는 말은 상업경제에서나 쓰는 말이다.

교육계 인사들이 틈만 나면 경제계 고위인사들의 강연을 들으러 다니는 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런 강연을 들은 지각없는 교육계 인사들은 재계의 요구와 시각을 불변의 진리로 받아들인다. 아마 ‘명품교육’이란 말도 그런 과정에서 나온 듯 싶다.

사람을 키우는 교육현장에 어떤 말을 도입하거나 정책을 입안할 때는 좀 더 신중하고 깊이 있는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지금 학교는 안팎으로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 학교폭력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초등의무교육부터 공교육은 갈수록 사교육에 자리를 내주고 학부모들은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유치원시절부터 장차 미래의 입시에 대비하여 삶을 차압당하고 공부라는 짐에 허덕이고 있다. 아이들은 비만과 오염된 환경에서 각종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갈수록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늘어나고 학교는 학부모와 아이들과 학교밖 사람들한테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

아이들의 행복한 삶이 학교에서부터 꽃피우고, 학부모에게는 믿음을 주고, 교사들의 사기와 보람을 되찾는 그런 교육정책이 시급한 마당에, 어울리지도 않는 말을 만들어 남발하며 교사들을 휘두르는 일은 당장 없어져야 한다.

왜 말끝마다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부르짖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전시행정과 인기몰이에 빠져있는가. 그 결과 어울리지도 않는 새로운 말, 새로운 정책을 책상머리에서 만들어 우리교육을 어지럽게 하는가.

‘명품교육’이란 말 한마디에 우리교육이 확 달라질거라고 기대하는가?

과거 군사독재 정권 아래에서 ‘전인교육’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민주와 자유야말로 가장 ‘전인’에 부합하는 것인데 폭압적인 정권은 철학도 없이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전인교육’을 교사들에게 강요해 왔다.

강제한다고 교육이 이루어 지겠는가. 하물려 민주화 시대에 그런 방식으로 교육을 혁신하려해서야 되겠는가.

시대가 아무리 자본주의에 매몰되어 있고 상업적인 사회구조에 사람들의 행복이 좌우된다고 해도 교육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미래까지 불변의 진리에 바탕하고 있다. 그것은 인간의 가치를 소중히하고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며 인류의 영원한 생존을 기약하는 것이다.

교육은 만남이어야 한다. 교사,학부모,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동등하게 만나고 교육행정가와 교육학자들이 뒤에서 도우며 정치가는 그런 사회의 기틀을 만들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발전할 수 있다.

경기도 교육청은 제발 조급하게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 태도부터 버리고 아이들과 교사와 학부모가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살펴보기 바란다.

요즈음 물의를 빚는 ‘가짜 명품’이 되지 않으려면 차분하고 지적인 성찰을 바탕으로 새롭게 교육의 본 모습을 되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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