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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조의 희말라야 여행기<17>

뒷골목 한잠 축제의 거리, 타멜의 실락원

 

* 네팔에도 밤 문화가 있다- 순박한 마음에 들어오는 타인의 밤

숙소에 있던 아이들과 타멜의 뒷길에서 더히(커드)를 한 그릇 사고 바나나를 몇 개 샀다. 더히(커드)는 구운 토기에 만들어 파는 걸쭉한 요거트인데 그릇 째 판다. 허름한 유리 진열장에 놓인 토기는 큼직해서 서너 명이 나눠먹어도 될 크기다. 이걸 들고 과일 가게에서 바나나를 몇 개 산 뒤 튀김집에 갔다.

사 온 바나나를 잘라 넣으니 엉성하지만 푸짐한 바나나 요거트가 되었다. 선반 위로 바퀴벌레가 지나다니는 지저분한 모습은 네팔 서민들의 식당에서 흔하게 볼 수 있어 그러려니 하게 된다. 삶은 계란까지 사 먹으니 배가 든든하다. 뒷골목에서 그릇 들고 숟가락 하나씩 차고 이집 저집 돌아다니던 여행자들의 숭고한 한 끼 식사가 이렇게 끝났다.

오후에 ○○가 친하게 지낸다는 조선족 가게에 들러 담백한 도너츠를 맛보았다. ○○는 자기네 가게 맞은 편 게스트 하우스는 아가씨 장사도 하는 곳이라 한다.

길거리 어디에도 그런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는데,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찾아가는 것인지 궁금하다. 내 눈에는 평범한 게스트하우스인데, 입소문으로 찾아가는 것일까? 그러고 보면 타멜의 몇몇 바에는 춤을 추는 곳도 있다. 지나다니며 음악 소리에 더러 시선이 가고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증이 생기긴 했어도 용기가 나지 않아 들어가 보진 못했다. 일행이 있었으면 호기심에라도 한번 가보자고 했을지 모를 일이다.

 

 

 

네팔이라고 여자 장사가 낯 설 일도 아니다. 아시아의 어느 나라가 자유로울까. 저개발국에서는 관습적인 매매혼도 흔하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의 제3세계가 모두 연관이 있다거나 지구촌이 그렇다고 하는 게 솔직할 지도 모르겠다. 원조교제나 ‘베트남 숫처녀 결혼-500만원’이라고 써 붙인 민망한 현수막은 우리가 어떤지 알게 해준다. 왕궁과 타멜 사이의 넓은 광장에서는 가끔 노천 나이트클럽이 꾸며지는 걸 보았는데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

것도 현지인들이나 나와서 춤을 추지 여행자들은 구경이나 하는 것들이다. 쉬는 날인 토요일 밤에 열리는 춤 잔치에는 타멜 주변의 젊은이들이 삼사백 명 모여 몸을 흔들어 대고 있었는데, 여성들과 외국인들은 구석에서 구경이나 하고 있었다.

* 히피가 된 여행자- 역사 속에 살아서 그럴 거야

가보지 않은 뒷길을 구경하러 다니며 소일했다. 말마따나 히말라야 한 번 갔다 오면 지쳐서 만사 귀찮을 것이라더니, 다시 그곳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 지금은 그저 여기저기 사람들 구경 다니는 게 좋고, 시장에서 물건 파는 걸 구경하는 것이 즐겁다. 한국인 ○○가 하는 악세사리 가게에도 잠시 들렀다.

히피처럼 치장한 ○○는 한국인이다. 처음 숙소에 놀러 온 모습을 봤을 때는 한국인이라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오랫동안 감은 적 없다는 머리는 여러 갈래로 땋아 묶었고, 수염을 길러 거리의 사두(힌두교의 수행자) 같았다. 그는 무슨 사연인지 이곳에서 벌며 살아간다. 집으로 놀러 갔을 때 나무로 조각된 불상을 보여주었는데, 그의 말처럼 귀한 것인지는 알지 못할 것이었다.

 

 

옛 동전도 보여주며 기념으로 하나 주었는데, 저울의 무게를 재던 구리 덩어리라 동전의 느낌이 나진 않았다. 손님 왔다고 준비한 닭백숙을 나눠 먹고, 그는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다. 마당이 있는 넓고 낡은 집에는 개를 키우고 풀이 온통 자라있으며, 한쪽은 가내수공업을 위한 공장으로 쓰인다. 주로 뿔을 다듬어 피어싱에 쓰이는 악세사리를 만드는데, 가게는 타멜에 있는 것 말고도 스와얌부나트 가는 길에 작은 게 하나 더 있다.

커다란 나무가 작고 낡은 가게를 휘감고 있는 모습이 멋스러웠다. 카페를 하고 싶다고 차렸다는데, 여기저기서 잡다한 물건을 주워다 꾸며 놓았다. 종업원은 하루 종일 구리 철사와 가죽을 이은 악세사리를 만들고 있고, 간간이 들르는 손님들에게 차를 내어 준다. 어디서 났는지 투박한 종을 메달아 놓았는데 소리는 생각보다 청아해서 연주를 들을 만 했다.

그는 이 곳 사람들은 단일민족도 아니고 자신의 역사에 대해 관심이 부족하다고 했다. 옛 물건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우리와는 달라서 비교적 값싸게 전통적인 조각품과 장식들을 구할 수 있다고도 했다. 네팔리들이 역사와 유물에 소홀한지는 잘 모르겠다. 정말이라면 역사 속에 살아서 그런 게 아닐까. 그는 자신이 수집한 물건들을 모아서 훗날 전시회를 하는 게 꿈이라 한다.

비파싸나는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라는 뜻으로 인도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명상 방법 중 하나이다. 비파싸나를 배우기 위해서는 최소 10일 이상 정해진 장소에서 외부와의 연락을 끊어야 한다. 읽는 것, 쓰는 것을 포함한 어떠한 활동도 할 수 없다.

명상 배움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

첫째, 살생, 도둑질, 거짓말, 잘못된 성적 행위, 독성(담배, 술, 마약포함 중독성 물질)있는 것을 사용하는 행위를 끊는 5가지 도덕계율을 지켜야 한다. (건강한 삶을 위한 과정)

둘째로, 처음 3일하고 반나절 동안 배우는 자들은 숨에 집중하는 아나파나(Anapana) 명상법을 따라야한다. (마음을 다스리는 과정)

셋째는 마지막 6일하고 반나절 동안 마음을 정화시키고 내면으로 들어가는 비파싸나 수행을 한다.

처음 9일 동안은 완전하게 침묵이 유지된다. 10일째 되는 날 배우는 자들은 다시 말을 할 수 있고, 명상은 11일째 아침에 마무리 짓는다. 과정을 끝낼 때는 모든 존재들과 수행 중에 커진 순수함을 나누기 위한 수행을 한다. 모든 과정은 참여자의 기부를 통해서만 운영된다. 스승들과 보조 스승들은 어떠한 급여도 받지 않는다.■ 자료도움 : 네팔짱 (www.nepal-jj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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