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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객원논설위원>

노자(老子)는 간결하고 명쾌한 명저 '도덕경(道德經)'에서 계곡을 여성의 몸에 견주어 표현했다. 즉 '계곡의 신은 죽지 않는다. 이를 일컬어 검은 암컷이라 한다. 검은 암컷의 아랫 문은 바로 하늘과 땅의 뿌리라 한다. 이어지고 이어져서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써도 마르지 않는다(谷神不死, 是謂玄牝. 玄牝之門, 是謂天地根. 綿綿若存, 用之不勤)'는 것이다.

사실 산이 높을수록 계곡도 깊다. 위대한 지도자일수록 깊은 인격을 지니고 있다. 산은 쇠 또는 돌이요, 돌은 물을 생한다(金生水). 산이 머금은 물은 한 방울 한 방울 모여 계곡으로 흐르며 개울과 시내로 합해지고 마침내 강이 되어 드넓은 바다에 이른다. 계곡은 물이다. 인간은 물 없이 태어날 수 없으며, 목숨을 이어갈 수도 없다. 인간이 계곡을 소중히 간직하고 생명의 근원인 물을 아껴야 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 8월에 국립공원 계곡에서 목욕 또는 수영하는 사람은 20만원, 상의를 벗거나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사람은 10만원, 천막이나 그늘막이나 텐트를 치고 야영하면 50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고 22일 밝혔다. 산림청도 오래 전부터 명예 산림보호 지도원제를 도입하여 인간에 의해 훼손되기 쉬운 산림(계곡 포함)보호 임무를 부여하고 있다. 국민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계곡과 물을 청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군사독재정권이 기승을 부리던 1980년대에 ‘시발놈’(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노는 남자), ‘시발년’(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노는 여자)이란 말이 유행했었다. 군인들이 툭하면 멀쩡한 사람을 삼청교육대로 끌고가던 당시 서민들은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쉬면서 ‘시발놈’과 ‘시발년’이란 말로 험한 세태를 풍자하며 웃었다. 그러나 이제 계곡에서 발을 담그는 정도를 지나 웃통을 벗고 돌아다니거나 고기를 구워 소주 파티를 열며 고성방가하거나 알몸으로 멱감는 자들은 뙤약볕 아래로 추방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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