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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귀 거북과의 전쟁’…생태계 보존 파수꾼

시민총행복지수를 높이자 - (사) 21C자연환경보호협회

근래 우리나라 전 유역에 서식하며 토종 생태계의 질서를 파괴 교란 시키는 ‘최악질 어종’이 있다. ‘황소 개구리’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가히 수중 최상위 ‘포식자’로 일컬어지는 ‘붉은 귀 거북’이다.

토종의 씨를 말리고 있는 이 어종은 서울 한강은 물론 수도권의 하천 저수지 개천에 이르기까지 모두 점령했다. 3~4년전만 하더라도 화창한 날, 하천 바위에서나 간혹 볼 수 있었던 ‘붉은 귀 거북’이 이젠 토종으로 착각할 정도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 났다.

 

전국 주요 하천의 생태계 조사를 위해 그물을 쳐놓으면 당연히 있어야 할 피라미 배가사리 버들개 퉁가리 모래무지 참종개 가시납지리 같은 토종은 없고 온통 ‘붉은 귀 거북’들 뿐이다.

생태계에 문제가 생겼다는 적신호이다. 전문가들은 “몇 년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하천 저수지에는 황소개구리 천지였는데 최근에는 자취를 감췄다”면서 “그 이유가 바로 ‘붉은 귀 거북’이가 하천을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지난 19일 오후 2시 수원시 만석공원.

이날 공원에는 (사)21세기 자연환경보호협회 회원, 해병전우회수원지회 회원, 환경공무원, 시민등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붉은 귀 거북’의 포획 행사를 펼쳤다.

행사 주최는 (사)21세기 자연환경보호협회 경기도지부(지부장 이충수)와 수원시지회(지회장 김현덕).

협회는 이날 오전 10시, 일찌감치 3개조로 나눠 포획에 앞서 각 조별 10명씩 팀을 짜 1~2곳의 수원 지역 저수지에 ‘주낙’을 놓았다. 1조 일월저수지, 2조 원천저수지 광교저수지 3조 만석공원저수지에 포획 어구를 물려놓은 것이다. 총괄 책임은 이충수 지부장, 김현덕 지회장, 김수남 사무처장, 손광수 기획국장이 맡았다.

이 분야 국내 1인자인 박대호씨(48.야생동물보호 회원)도 초청돼 포획에 필요한 장비를 대여해주고 조언도 곁들였다. 본 행사는 ‘주낙’을 놓고 3시간 이후인 오후 1시부터 조별 포획된 ‘붉은 귀 거북’을 집결 장소인 만석공원으로 갖고 오면서 시작됐다.

 

이날 하루 포획된 ‘붉은 귀 거북‘은 무려 50여마리. 겉보기에도 섬뜩하게 생긴 이 어종을 잡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생태계 보호‘인 셈인데 이 엄청난 ‘역사’에 ’21세기 자연환경보호협회‘가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사)21세기 자연환경보호회’가 ‘붉은 귀 거북 포획’에 나선 것은 협회 발족 이듬해인 2002년 6월말이다.

당시만해도 이 ‘위해(危害) 외래 어종’의 폐해에 대해 일반인은 물론 환경론자도 잘 알지 못할 때 였다.

2001년 환경부가 ‘위해 어종’으로 발표하자마자 협회가 그 선봉에 서서 ‘붉은 귀 거북’의 퇴치에 앞장섰다. 토종 생태계를 멸종시키는 이 ‘붉은 귀 거북’의 ‘위해성’을 정확히 간파한 협회가 발빠르게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30여명의 회원이 광교산 사방댐에서 이 행사를 펼쳤는데 단 1마리 포획하는데 그쳤어요”

당시 이 행사를 이끌었던 협회 이충수 지부장(61)은 “포획 방법도 모르고 전문가가 없어 상당히 애를 먹었다”면서 “당시 1마리를 잡는데 그쳐 기대에 못미쳤지만 이 ‘붉은 귀 거북’을 널리 알리는데 일조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서식 밀도가 그리 높지 않은 터라 당시 대량 포획에는 실패했지만 이 어종의 폐해와 향후 생태계에 미칠 심각성에 대해 협회가 몸소 나서 널리 홍보했다는 점에서 환경 NGO의 존재 가치를 드높였다.

만 5년여 세월이 지난 이날, 협회는 야심차게 ‘붉은 귀 거북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연중 행사로 펼칠 것을 다짐했다. ‘붉은 귀 거북’의 하천 점령 속도가 생각 이상으로 빨라 그 숫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협회의 ‘결의’는 지난 5월초 월례회의에서 결정됐다. 이후 한 달 내내 광교산 사방댐 소류지 수원천 서호천 만석공원등 수원 전역의 하천 저수지에서 실제 조사가 이뤄졌다.

협회는 그 조사 현황을 일지로 작성, 포획 어구와 방법등에 대해 이론과 실기 전문가를 초청 특강을 듣는 등 아주 짜임새 있게 진행됐다. 일지에는 ‘붉은 귀 거북’의 구체적인 다량 서식 분포도를 작성했으며 이를 근거로 ‘D-day’를 잡은 것이 바로 이날 포획 행사였다.

 

한달 간의 실태 조사 결과, 광교저수지 1곳에만 무려 4~5천여 마리의 ‘붉은 귀 거북’이가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원 전역의 6~7개 주요 하천까지 계산하면 줄잡아 3만여 마리 이상일 것으로 예측됐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머잖아 수원 전역의 하천과 냇가 개천은 모조리 ‘붉은 귀 거북’으로 점령당해 토종 물고기는 ‘생물 도감’에서만 볼 수 있을 거라고 협회측은 판단했다.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큰 화를 입을 것이란 생각에서 ‘21세기 자연환경보호협회’가 만사를 제치고 ‘붉은 귀 거북’ 퇴치를 제1 전략 사업으로 내세운 배경이다. 그러나 지자체의 관심과 배려는 너무 보잘 것 없다. 협회가 올 초부터 포획 관련 예산 반영을 경기도와 수원시측에 요청했으나 도 보조금 400여만원만 지원됐을 뿐 수원시의 예산 보조는 없었다.

 

환경 단체가 ‘비장한 각오’로 ‘내 지역 생태계’를 살리는데 목숨을 거는데 반해 지자체의 ‘환경 의식’은 소극적이고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이날 협회 회원과 해병전우회 회원들이 나서 불볕 더위 속에 포획 행사를 펼치는데도 관련 공무원 2~3명이 나와 신기한 듯 구경만 할 뿐 ‘붉은 귀 거북’이 미치는 생태계 폐해의 심각성은 피부로 덜 느끼는 것 같았다.
이날 포획 행사를 진두지휘한 21세기 자연환경보호협회 김수남 사무처장(50)은 “붉은 귀 거북은 생태계 파괴도 문제지만 수질을 오염시키는 것도 아주 큰 폐해”라면서 “포획한 1마리의 붉은 귀 거북을 양동이에 담아두고 반나절 있으면 그 양동이의 물이 마치 먹물을 풀어놓은 듯 공장 폐수같이 시커멓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붉은 귀 거북의 포획 행사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번식력을 볼 때 범시민 환경운동으로 펼쳐나가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포획 전문가 박대호씨(48)는 “근래 10마리의 붉은 귀 거북을 포획하면 이중 2~3마리는 생김새는 같고 다만 귀 뒤쪽의 줄이 노란색을 띄는 ‘앨로우 밸리’가 발견되고 있다”면서 “이 어종은 붉은 귀 거북 보다 더 심각한 위해 동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붉은 귀 거북이나 앨로우 밸리는 1마리가 보통 25개의 알을 낳는데 100% 부화에 성공하기 때문에 번식력이 뛰어난 것”이라면서 “놀라운 것은 덩치가 큰 것은 모두 암놈이어 번식력이 막강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획한 50여 마리의 ‘붉은 귀 거북’은 전량 파주 철책선 부근의 조류협회가 운영하는 조류 방사장으로 옮겨져 독수리 먹이로 쓰여졌다.

 

 

 

 

7년간 사비 10억 털어…지자체도 나서야

 

 

 

“한 번 바뀐 생태계는 인간의 힘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이충수 지부장은 “붉은 귀 거북의 방생은 절대 있어선 안된다”면서 “붉은 귀 거북의의 퇴치는 환경단체는 물론 지자체가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1년 협회를 발족, 무려 7년간 10억여원의 사비를 털어 이 방대한 조직을 이끌어온 그는 “붉은 귀 거북은 무법자 같은 존재”라면서 “마치 도심에 총기를 소지한 자가 나타나 무차별 난사해 선량한 사람을 죽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포획 시기를 늦추거나 소극적으로 포획에 나선다면 머잖아 국내 모든 하천은 붉은 귀 거북으로 천지를 이룰 것”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지자체가 포획 예산을 세워 생태계 보전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수질 오염 주범

 

 

 

“지금 영 호남의 지자체는 앞장서 붉은 귀 거북 퇴치를 위해 전 공무원이 앞장서고 있습니다”

김 지회장은 “붉은 귀 거북을 첫 방생한 곳은 불교 문화권인 70년대 부산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금 서울 한강 밤섬에도 엄청나게 많은 량의 붉은 거북이 잡히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제 우리가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이 위해 외래 어종으로 국내 유역 모두가 황폐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천 수질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그는 “붉은 귀 거북은 생태계 파괴도 문제지만 1~2급수 하천을 4~5급수 하천으로 급변시킨다”면서 “환경 문제는 대대손손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김 지회장은 “생태계를 어지럽히고 순리에 어긋나는 행위는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환경은 함께 지켜 나갈 때 생명력 가져

 

“이렇게 섬뜩한 생태계 파괴범은 모조리 잡아야 합니다”

21세기 자연환경보호협회측의 요청으로 이번 행사에 20여명의 회원들과 함께 기꺼이 동참한 현 완 회장은 “만석공원 저수지를 청소할 때 가끔 이 붉은 귀 거북을 봤는데 수 년 새 엄청나게 불어난 것 같다”면서 “근래 이 저수지에도 토종 물고기의 씨가 말라간다”고 말했다.

해병 149기인 그는 “환경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할 때 생명력을 갖는 것”이라면서 “우리 것을 지켜나가는 마음으로 앞으로 협회와 함께 붉은 귀 거북 포획에 전투에 나가는 심정으로 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해병의 막강한 정신력을 되살려 붉은 귀 거북의 씨를 말릴 것”이라고 말했다.



싹쓸이 하는 날까지 퇴치운동 앞장설 것

 

“1개월여 붉은 귀 거북의 서식 실태 조사와 포획을 통해 환경 보존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김 사무처장은 이번 포획 행사의 실무자로서 올 3월부터 도 환경정책과에 교부금을 신청하고, 포획 어구, 포획 전문가 초청, 학계 교수 초청 특강을 준비하는등 최일선에서 뛰었다.

붉은 귀 서식지의 현장 조사를 위해 실제로 수원 지역 일월 광교 원천 서호저수지에 나가 붉은 귀 거북의 부화 과정을 지켜보는가 하면 가장 적합한 포획 방법을 실기로써 터득하는등 혼신을 다바쳤다.

김 사무처장은 “수원 지역 하천은 이제 붉은 귀 거북의 아성”이라고 그 심각성을 전하면서 “연중 행사로 싹쓸이하는 날까지 붉은 귀 거북 퇴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21C 자연환경보호협회는

협회는 지난 2001년 10월26일 발족했다.

경기도지부·수원시지회가 동시 발족했는데 사실상 도지부가 본부다.

설립 취지는 환경 교육과 홍보 활동을 통해 깨끗한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보전하는데 있다.

발족 당시 조직은 이충수 지부장을 비롯 소수의 20여명 회원으로 출범했으나 햇수로 7년째인 지금은 안양 의왕 군포지회까지 창립되며 1천여명 회원으로 불어나는 거대 조직이 됐다.

철저히 정치성을 배제한 순수 NGO로서 오로지 생태계를 살리고 자연을 보호하자는데만 뜻을 뒀다.

발족 즉시 수원의 진산 ‘광교산 사랑대회 캠페인’과 ‘붉은 귀 거북 포획 행사’를 전략적 상시적 행사로 펼쳐오고 있다.

환경 청년단과 주부 환경교실을 운영하며 자원 분리수거 재활용, 생활 하수 줄이기, 맑은 물 맑은 숲 가꾸기, 세계

문화유산 화성 지킴이, 환경 제고 세미나 개최, 노인초청 위로잔치도 연중 사업이다.

올해부턴 격월간으로 협회 소식지 ‘환경사랑’을 발간, 환경 정보를 공유하고 회원들간 유대 관계를 개선시켰으며 환경단체 NGO로선 극히 드물게 매월 둘 째 주 목요일 월례회의를 열어 특강을 통한 환경의식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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