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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바람잘 날 없는 ‘광명시 지도민원과’

단속업무 땐 욕먹기 일쑤
청내 직원 기피부서 1위

 

광명시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없는 지도민원과라는 부서가 있다. 기초질서를 지도하는 부서다. 하지만 듣기 좋게 지도한다고 표현하지 불법주차, 노점상, 불법광고물, 방치차량 등의 단속업무를 한데 모아놓은 곳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도민원과 사무실은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다. “따르릉, 따르릉”, “왜 불법 주차 단속을 안 하느냐?”, “야 이××야, 왜 내 차만 단속을 하는 거야!” 등 항의하는 전화와 민원으로 몸살을 앓는다.

모두가 하나 같이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다. 내가 주차할 때는 피치 못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고 남이 주차하면 자기만 알고 남은 배려하지 않는 몰염치한 인간 취급이다.

뿐만 아니다. “나는 세금내고 월세 내고 장사하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돈 한 푼 안들이고 장사하는 노점상은 왜 단속을 안 하느냐”, “노점상들이 길을 막고 장사하는 바람에 걸어 다니기도 힘들다” “우리 집 앞에 며칠째 세워놓은 차는 왜 안 치우느냐” 등등 각기 불만이 가득한 항의 민원뿐이다.

단속 현장에 가면 더 큰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돈 잃고 속 좋은 사람 없다고, 하물며 불법주차 과태료 스티커 한 장에 4만원인데 요즘 같은 불경기에 얼마나 큰 돈이겠는가만은 자기 잘못은 뒷전이고 다짜고짜 욕지거리에 멱살 잡고 흔들기 일쑤다. 그렇다고 공무원이 같이 붙잡고 싸울 수도 없고 대략 난감이다.

이 정도는 노점상 단속에 비하면 약과다. “없는 사람이 먹고 살겠다고 하는 짓인데 얼마나 판다고 단속을 하느냐”, “네가 장사를 못하게 하면 내 자식 내 식구들 먹여 살리겠느냐”며 말 그대로 사생결단으로 달려든다.

요즘에는 어려움이 한 가지 더해졌다. 타 시에서 공무원 3% 퇴출제도를 도입하면서 무능력하고 불성실한 공무원을 각종 단속업무에 투입한다는 내용이 전파를 탄 후부터는 아예 단속공무원을 무시하기 일쑤다.

단속공무원들이 퇴출대상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단속하는 공무원에게 “야 ×× 네가 공무원이야 ?”, “퇴출공무원 주제에 무슨 단속을 하느냐”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행을 행하던 사람이 공무집행방해죄로 입건되기도 했다.

단속을 하면 하는 대로 “왜 나만 단속 하느냐”, “이 지역은 안 해도 되지 않느냐”고 불만하고, 안하면 안하는 대로 “공무원은 놀고먹으며 세금만 축내느냐”, “단속해 달라는데 왜 안 해주느냐” 등 이래 저래 불만민원 뿐이다. 어느 한 곳에서도 고맙다는 인사는 들을 길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도민원과는 청내 직원들 사이에 가장 근무하기 싫은 곳 1순위 기피부서로 낙인찍힌 지 오래 전이다. 하지만 아무리 욕을 많이 먹고 힘들더라도 누군가는 꼭 해야 될 일이 아니겠는가?

직원들이 지도민원과 근무를 꺼려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불법사항이 근무시간 내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서 주말이나 공휴일은 물론 새벽시간대와 야간에도 단속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평일 날은 새벽과 야간에, 주말과 공휴일은 예식장 주변이나 시장주변 등 차량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지도민원과 전 직원이 교대로 나와 근무해야 하는데 한 달이면 6~7번은 근무조에 편성된다.

뿐만 아니다. 음악회나 체육대회 등 각종 행사장에는 초대된 손님만 오는 게 아니라서 잠깐의 틈만 보이면 비집고 들어와 전을 펴는 노점상들과 행사장 주변의 불법주차로 인해 행사에 차질이 생길까봐 비록 타 부서의 행사라고 나몰라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청내 직원들 사이에서는 행사장 주변정리를 지도민원과에서 도맡아야 하는 걸로 여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고 지도민원과 덕분에 행사진행을 잘 했다는 격려나 인사 또한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생색도 나지 않고 알아주는 이 없더라도 욕을 먹고 힘들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기에 우리마저 이 일을 하기 싫다고 도망치고 게으름을 피운다면 그 피해 또한 선량한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일이기에 청내 공무원 중에서도 필수공무원 3%로 짜여진 지도민원과 직원들이 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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