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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객원 논설위원>

베트남 여성은 한국이 베트남에 파병했을 때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 여성 중에서 독특한 뉘앙스를 풍긴 여성을 가리켰으며 한국군 사병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현지 여성을 의미했다. 특히 치렁치렁한 하얀 아오자미를 결친 베트남 여성들이 허벅지가 보일락 말락 하는 자태로 허리에 탄력을 유지하며 거리를 고상하게 거니는 모습이 외국인들을 뇌쇄시키고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베트남 파병으로 베트남과 질긴 인연을 맺은 한국군은 베트공의 저항을 분쇄하고 부락을 점령한 일부 장병들이 베트남 부녀자들을 집단으로 욕보이는 추태를 벌여 말썽이 되기도 했다. 그 인과응보였을까. 베트공에게 붙잡힌 한국군 병사들이 모진 고문을 당한 끝에 가슴에 태극기가 덮인 채 대검에 찔러 죽은 사진이 ‘뉴스위크’의 커버스토리로 크게 소개돼 국제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세월은 흘러 공산화된 베트남은 경세성장을 위해 다각도로 외교를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베트남 여성들의 국제결혼도 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한국 업체는 최근 미 국무부 인신매매 보고서에 인권침해 사례로 보도돼 사회 문제로 대두됐던 ‘베트남(여성)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등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내거는가 하면 ‘베트남 처녀 결혼 비용 780만 원 초혼 재혼 장애인 환영’ 등 여성을 물질적 대상으로 비하하는 내용의 선전물을 대대적으로 뿌려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한국을 점령해 36년간 통치한 일본과 6·25전쟁을 계기로 한국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주둔한 미국이 주둔군을 중심으로 한국 여성들을 욕보이고 그들의 인권을 유린한다 해서 한국의 지성인들이 발끈한 것은 역사에 기록된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베트남 여성들을 상품화하고 그들의 인격을 모독하는 짓을 예사로 하고 있다. 이것은 자기 발등을 도끼로 찍는 망동(妄動)이 아닐까. 한 인간을 짓밟는 행위는 그 민족을 우롱하고 인간을 모독하는 더러운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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