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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근 안쓰면 장사를 못해요”

개정 계량법 시행 첫 날 표정
제도 정착되기까지 상당한 진통 예상

수십년 썼는데 하루아침에 고쳐지나
표준단위 낯설어 대부분 그대로 사용


1일 시행된 평, 근, 돈, 되 등 비법정 계량단위를 전면 금지하는 개정 계량법은 첫 날부터 잘 지켜지지 않았다.

이날 휴일인 탓에 대다수 이 단위를 쓰는 재래시장, 부동산중개업소, 금은방 등이 철시한 탓에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그러나 철시한 중개업소 유리창에 붙어있는 매물 소개지에는 여전히 ‘평’을 단위로 사용하고 있었고 일부 문을 연 재래시장에선 돈, 평, 근, 되 등 기존의 계량 단위를 사용하고 있어 이 제도의 정착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날 오후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월드메르디앙 아파트 인근 G공인중개업소.

이틀전까지만 해도 각종 매물을 소개하는 소개지로 점포 유리창이 가득 찼던 이곳은 시행 전날 소개지를 모두 떼어냈다.

시행 첫 날이 휴일인 탓에 혹시나 쉬는 날 단속을 당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인근 M중개업소를 비롯한 이 일대 중개업소도 대부분이 매물 소개지를 떼어낸 상태였다.

반면 장안구 조원동 한일타운 주변 H부동산 등 중개업소들은 대다수가 휴일을 맞아 문을 닫은 상태였지만 업소 유리창에는 여전히 제곱미터(㎡)가 아닌 평형으로 매물을 소개하는 전단지가 나붙어 있었다.

수원시 정자동 정자지구와 영통동 일대 중개업소도 대부분 평형으로 소개한 매물 전단지를 여전히 붙여 놓았다.

 

 

금은방 역시 도량형 표준 작업을 따르지 않기는 마찬가지 였다.

수원시 영화동 K금은방에서 금반지 가격을 묻자 “한 돈에 8만원”으로 대답했고, 원천동 W금은방에서는 “금 한돈의 무게가 몇 그램(g)이냐”는 질문에 답변을 하지 못하는 등 표준 계량 단위에 익숙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같은 현상은 재래시장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수원 파장시장 내 한 쌀집에서는 여전히 되박으로 잡곡을 팔고 있었고 인근 야채가게에서도 상추 등의 야채를 ‘근’ 단위로 판매하고 있었으며 정육점에서도 g이나 ㎏이 아닌 ‘근’을 계량단위로 사용하는 등 법 시행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공인중개사 신모(36)씨는 “단속을 한다고 해서 매물 소개지를 모두 제거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되는 2일부터 평이 아닌 ㎡로 설명할 경우 소비자들이 얼마나 이해할 지 걱정”이라며 “법 시행도 좋지만 수십년 동안 익숙해진 단위를 갑자기 바꾸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파장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강모(62·여)씨도 “30년 넘게 ‘근’으로 팔아왔는데 하루 아침에 단위를 바꾸고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까지 물린다니 너무하는 것같다”며 정부의 밀어붙이기 식 정책을 강하게 비난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부터 평, 돈·근 등을 ㎡, g 등으로 평·마지기(부동산)는 ㎡로, 자(옷감), 야드(길이)는 센티미터(㎝)나 미터(m)로 바꿔쓰고 계약서, 광고, 상품 등에 이를 어길 경우 5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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