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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석의 작가탐방<19>-안병석의 예술세계

 

‘바람결의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안병석의 작업실은 서울 강동에 자리하고 있다. 그 동안 작가의 작업실에 여러 번 갔었는데, 갈 때마다 늘 달라진 분위기로 느껴지는 건 작가가 그만큼 성실하고 부지런하기 때문인 것 같다.

 

또한 그는 항상 소탈한 복장에 꾸밈이 없다는 게 필자의 단상(斷想)이다. 작업실의 문을 열자마자 철공소를 방불케 하는 작업 공간에서는 다양한 공구들이 눈에 띄었다. 이는 작가의 작업 세계가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작가는 이처럼 많은 시간을 작업에 대해 고민하며 연구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왔다. 필자가 홍대 대학원 미학과에서 공부할 때의 일이다. 학교 도서관에서 여러 자료들을 찾다가 안병석이 당시 박수근에 대하여 연구한 논문을 우연찮게 보게 되었다.

 

제법 손때가 묻은 그 논문의 내용이 궁금하여 읽게 되었는데, 당시 여러 정황들을 생각해 볼 때 사료적 가치가 꽤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는 우리나라 작가들 가운데서 작품만으로 순수하게 인정받는 소수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이것은 단순히 필자의 주관적인 판단만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수년 전부터 기획하여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근대 이후 작가들의 복제 작품을 판매한 퍼센트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지금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작품을 복제하여 판매해온 것 중에서는 국내외 작가를 망라하고 안병석의 작품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는 일찍이 프랑스 제13회 칸느국제회화제에서 금상을 수상하였으며, 동아미술상, 한국미술협회특별상 등을 연거푸 수상하면서 국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바람결’처럼 미술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주목받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1976년 광륙천과 대광리천변에서 펼쳐진 “자연의 본성이 가르쳐주지 않습니까.”라는 테마 전은 작가 안병석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준 전시였다. 안병석의 작품은 눈부실 정도로 밝은 대낮에 펼쳐졌음에도 오히려 자연과 더불어 더욱 눈부시게 멋진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고요하고 한적한 어느 마을의 저수지나 안개 낀 강가에서 볼 수 있음직한 갈대들이 작가의 작품 속에서 생동감 있게 산들거리며 향연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노란색과 황색 그리고 녹색의 빛들이 고요함 속에서 떨림이 되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자극했다.

안병석은 독창적이면서도 작품성 있는 ‘바람결’이라는 작업을 끊임없이 전개시키고 있다. 그의 작품은 마음의 고향을 상실한 우리 현대인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자연을 대상으로 한 모티브를 내재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묘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까이서 보면 송곳과 같은 날카로운 도구를 사용하여 45도 각도로 그은 날카로운 선의 흔적들뿐이지만, 멀리서보면 이 선들이 모여 강가의 군집된 갈대와 같은 아름다운 형상과 장관을 연출해낸다.

그래서인지 안병석의 작품들은 ‘바람결’이라는 큰 테마 속에서 다양한 변화를 보여주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얼핏 보아 단조로운 듯한 ‘바람결’이라는 작품을 위해서, 보다 세밀하고 분석적으로 접근해나간다. 따라서 작가의 작품에는 많은 사람들이 언제 보아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 힘이 내재되어 있다.

 

얼른 보면 한 가지 유형의 작품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변화와 함께 각각의 개성이 도출되는 다양한 예술의 향연이 캔버스 안에서 수도 없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는 ‘무변화’ 속의 ‘다양한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림을 보는 사람의 대부분이 신기해하는 안병석의 ‘바람결’은 창작하는 시간이 비교적 많이 소요되기에 작품량이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보거나 소유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다.

 

호텔로비 등에서 안병석의 작품을 우연히 본 사람들이 작품을 구입하고자 미술품을 경매하는 곳에 문의를 하여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이다.

물론 작품이 팔리는 양으로 작품성이나 작가의 역량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안병석의 작품은 시류를 타거나 외부의 영향에 의해 만들어진 경우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안병석은 대학을 졸업한 후에 물감 값을 마련하기 위해 사과장수를 하면서 꿋꿋하게 작품 활동을 하였다. 그 때문인지 그는 노력만큼이나 좋은 작품성을 구축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남다른 독창성과 수준 높은 작품성이 공존하고 있다.

 

 

게다가 그의 그림에 사용된 기법은 지금까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매우 독특한 기법으로서,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선호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작가가 30년 넘게 같은 작업을 할 수 있었던 힘은 작가 특유의 외골수적인 기질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안병석은 또한 재료를 잘 다루는 작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여느 작가들과는 달리,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캔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손수 캔버스를 짠다. 거기에 바탕이 되는 밑칠을 한 다음 또 다시 짠 캔버스를 당기고 밑칠을 하는데, 이런 과정을 수차례 반복한다.

 

캔버스 하나를 짜기 위해 들이는 시간만도 수개월은 족히 넘는다. 작가의 작업실 지하 약 100여 평 남짓한 공간에 펼쳐 놓은 여러 개의 캔버스를 보면, 작가의 땀과 노고가 고스란히 배어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작가가 만든 캔버스는 단 한번에 만들어진 틀이 아니다. 이러한 과정은 작가가 얼마나 자신의 예술세계를 치열하게 전개시키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필자는 기초가 되는 작업 과정에 이처럼 철저한 작가를 그 외에는 보지 못했다. /글= 장준석(미술평론가)

[약력]
중앙대학교 회화과 졸업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현재, 중앙대학교 교수

[수상]
1981 제13회 까뉴 국제회화제 금상
1980 동아미술상
1978 한국미술협회전 특별상 수상

[전시]

<개인전>
2005 박영덕 화랑
1999 갤러리 현대
1990 갤러리 현대
1988 갤러리 현대
1986 갤러리 현대
1985 맥화랑
1984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1983 맥화랑
1980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1978 서울화랑
1976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국제전>
2006 시카고아트페어, 시카고, 미국
2006 아트시카고, 미국
2005 아트괠른 2005, 독일
2005 한국국제아트페어 2005, 코엑스
2000~2004 아트시카고, 미국
2000~2004 아트쾰른, 미국
2002 10회 LA 국제회화제, 로스앤젤레스
2000 샌프란시스코아트페어, 샌프란시스코
2000 팜스프링스아트페어, 미국
2000 마이에미아트페어, 마이애미
1995 한국미술50인 유네스코초대전, 파리
1992 한일현대작가교류전, 92한국현대미술전, 일본
1990 한국 금일의 미술, 일본

 

그외 국내외전 다수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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