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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그 소녀의 이름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지난 5월 14일 수원시의 한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어른 노숙자로부터 심하게 구타당해 숨진 소녀 노숙자의 신원은 용인시 신갈동에 사는 중학교 3년생 김모(15)양으로 밝혀졌다. 일명 '노숙 소녀'로 불리며 언론과 인터넷이 신원 확인 운동까지 펼쳤던 이 소녀는 사건 발생 10여 일 전 집에서 나와 떠돌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모가 이혼해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았던 김양은 중1때부터 가출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 A씨는 김양이 가출을 했어도 며칠 만에 귀가하곤 해서 이번에는 찾아 나서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하기만 했다.

 

경찰이 김양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사신의 사진을 공개하고 SBS가 지난달 30일 ‘어느 10대 가출 소녀의 죽음’ 예고편을 방영하자 어머니는 죽은 소녀가 자기 딸임을 직감하고 시신이 안치된 수원시의 한 병원의 영안실로 달려가 영원히 잠든 딸을 보듬고 대성통곡했다. 경찰 수사 결과 어른 노숙자의 돈 2만 원을 훔치지 않았는데도 훔친 것으로 오해받아 심야에 아무도 없는 학교로 끌려가 맞아 죽은 이 소녀는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도 모른 채 화장됐다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네티즌들은 경찰과 방송국과는 별도로 인터넷에 죽은 소녀의 사진과 유루품을 올리고 그녀의 신원을 알아내기 위해 두 달 가까이 노력했다. 조선닷컴이 3일 “소녀의 가족을 찾았다”고 특종보도한 후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추모 글이 빗발쳤으며, 그녀의 사연은 실시간 검색 순위에서 한 때 머리에 오르기도 했다.

 

김양처럼 불쌍한 소년 소녀들이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을까. 가정과 세상의 무관심 속에서 사회의 변방으로 밀려난 김양은 가출과 죽음까지의 짧지 않은 기간에 사랑이 메마른 거리에서 밤낮으로 방황하다가 폭행치사의 피해자로 삶을 마감했다. 이 세상에서 외로웠던 작은 영혼이여, 이제는 한을 품은 채 구천(九天)에서 맴돌지 말고 설움도, 고민도, 아픔도 없는 저 세상에서 편안하게 잠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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