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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금연구역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지난 6월 9일 지방의 한 도시에 있는 식당에서 일어난 일이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이 곳에서 식사하던 한 남성이 담배를 피웠다. 그 옆 자리에 있던 40대 초반의 임신부가 “여기는 금연구역인데요”라고 말했다. 남성은 “야! 나 글씨 읽을 줄 몰라야”라고 비웃으며 담배를 계속 빨았다. 여성이 자리를 옮기려하자 흡연 남성은 “저 XXX은 술집 다니는 창녀일 것이여. 히히히”라고 비웃었다. 그 여성이 자리를 피하며 “담배 많이 피우시고 암 걸리세요”라고 핀잔을 주자 담배 피던 남성은 그녀를 마구 때려 유산시키고 말았다.

광범한 연령층이 출입하고 특히 초중고생들이 많이 찾는 PC방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구분하고 차단벽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지만 그것을 지키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PC방은 찌든 담배연기로 냄새가 고약하다. 어린 학생들은 영락없이 간접흡연의 심각한 피해자가 된다. 최근 담배 연기 자욱한 PC방에서 빈 의자에 아기를 뉘어놓고 게임하는 어머니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 개탄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인력이 부족한 경찰은 금연구역 위반을 거의 단속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는 지난 2일 “청사의 흡연구역을 전면 폐지하고 건물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도 관계자들은 청사 휴게 공간에 있는 재떨이가 딸린 쓰레기통을 모두 수거하거나 교체하고 금연구역 표지를 곳곳에 붙이기로 했다. 더 나아가 열린우리당 유재건 의원은 어떤 사람이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누구나 금연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흡연자는 담배 피우는 것을 흔히 행복추구권의 일환으로 합리화한다. 그러나 자신의 행복이 다른 사람의 불행을 초래하면 ‘공공의 적’으로 매도당할 수 있다. 골초들은 일찍 죽더라도 담배만은 피우겠다는 못말릴 집념을 불태우며 금연구역마저 침범하여 애꿎은 사람들까지 죽음의 길로 끌고 가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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