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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배꼽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배꼽은 어머니 뱃속에서 탯줄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던 아이가 태어난 후 탯줄이 잘려 아랫배에 남은 흔적이다. 상체의 하복부에 있는 배꼽은 허리띠로 허리를 두른 바지나 잘룩한 허리를 조인 치마를 입은 남녀에 의해 성기 다음으로 깊숙하게 보호받아온 은밀한 부위다. 따라서 어떤 사람의 배꼽 모양을 세밀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사람의 몸을 거의 다 벗기고 깊은 관계까지 맺은 것처럼 인식되던 전통이 꽤 오래 이어져 왔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유행한 배꼽티란 것을 입은 여성들이 소중한 부위를 감추기 좋아했던 종래의 관습을 여지없이 깨뜨리면서 자신의 배꼽을 대중들에게 파격적으로 노출시키고 그것도 부족해서 허리 아래 골반 쪽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골반바지란 것을 입음으로써 앞으로는 오금지선을, 뒤로는 히프 중간의 골짜기 선의 윤곽을 어렴풋이 드러내는 등 패션계에 혁명적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철 거리에 나서면 배꼽 피어싱 즉 배꼽에 작은 고리를 매달고 거리를 활보하는 시원하고 활달한 여성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곳곳에 포진한 ‘도덕경찰’(Morality police)이 머리에 스카프를 안 쓰거나 엉덩이를 가리는 수수한 외투인 망토를 안 입은 여성들을 잡아가는 이란에서도 여성들이 자기 집에서는 스카프와 망토를 벗어 던지고 가슴과 등이 깊이 파이고 배꼽이 보이는 티셔츠와 몸에 착 달라붙은 청바지를 입기도 한다고 여성 신학자 현경 교수는 소개하고 있다. 이것을 그녀는 이란 여성의 ‘이중생활’이라고 표현한다.

한의사들은 배꼽 피어싱은 소화 기능이 왕성하고 근육이 탱탱한 글래머 형 여성이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몸이 냉하고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여성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동의보감은 '오래 살려면 단전에 뜸을 자주 떠라'고 설파한다. 만일 아랫배가 차고 하체에 힘이 없는 여성들이 배꼽 아래에 뜸을 뜨면 건강에는 도움을 받겠지만 살을 태울 때 아프고 그 흔적도 선명하게 남기 때문에 배꼽을 영영 드러내지 못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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