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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석의 작가탐방<20>-이동기의 예술세계

 

그는 단순한 팝아트의 작품에만 머무르고자 하지 않는다.

비록 만화 같은 작품이지만 쉽게 그리기보다는 철학적이고 문학성이 담겨있는 작품을 창작하고자 한다.

이동기의 작업 세계는 항상 가능성으로 열려져 있다.

아토마우스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만화적 이미지를 만들어냈듯이 앞으로도 우리의 감각과 느낌이 담겨있는 독특한 팝아트를 전개시키게 될 것이다.

오직 이동기만의 감성으로 말이다.

이동기의 그림을 보면 ‘아! 이것도 그림이라고 할 수 있나?…만화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이는 그의 그림이 미키마우스처럼 보이는 만화 같은 그림이기 때문인데, 어린 시절에 좋아했던 아톰과 비슷하게도 보인다.

 

이처럼 일반인들이 조금은 의문점을 갖고 바라볼 수도 있는 이 그림은 팝아트의 일종으로서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 한때 크게 유행하던 예술의 한 유형이다. 우리나라 미술대학에서도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걸쳐서 소수의 학생들이 이런 유형의 양식을 즐겨 그렸다. 그 동안 많은 미술대학의 학생들이 그림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적어도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음직한 그림의 대표적인 한 장르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팝아트란 ‘예술의 대중화’라는 이슈를 가지고 출발하여 서구에서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현대 미술의 한 유형이라 하겠다. 이는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팝은 특히 1950년대에 세계를 뒤흔드는 중요한 예술사조로서 자리하게 되면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팝아트는 영국을 중심으로 시작되었지만, 나중에는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활발히 전개되면서 현대 미술과 문화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현대적인 예술 양식 가운데 하나로 간주되면서 유럽과 아시아 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그 정신적인 모티브인 레제나 뒤샹의 예술세계를 바탕으로 앤디워홀, 재스퍼존스, 로버트 라우젠버그 등과 같은 대표적인 스타 예술가들을 배출하였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들 미술들이 ‘대중성 지향’이라는 이슈로 새롭게 전개되는 미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대중들의 이해와 접근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던 때도 있었다는 것이다. 예술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라서 더 혼란스러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동기의 작품이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의 눈에는 만화처럼 보일 수 있는 것도 팝아트의 이러한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대학을 다닐 때부터 팝적인 경향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작업해 온 이동기는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그는 초등학교 때 컬러 TV를 보며 만화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키워왔으며, 홍익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팝아트에 대해 공부하면서 서양의 팝 아티스트들의 작품에 몰입하기 시작하였다. 그 당시에는 일부 동료들이 팝아트, 특히 만화를 회화의 한 장르로 인정하기 싫어하여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었다. 심지어 대학원의 한 교수는 그런 작품을 그리지 못하게 노골적으로 말리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런 것에 아랑곳 하지 않았다.

 

 

작업에 대한 그의 생각은 너무나도 확고했고, 오로지 독창성을 지닌 예술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신념이 투철했다. “제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지금과 달리 만화를 저급한 문화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종종 있었어요. 미술은 만화와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오히려 여기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이동기는 이처럼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도 자신이 계획했던 대로 흔들림 없이 만화를 소재로 한 그림을 바탕으로 예술세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하였다. 미술대학에서 그림을 공부하는 하나의 과정으로서 일시적인 습작 정도로 끝날 수도 있었을 법하지만, 만화를 주 대상으로 하는 이동기의 예술은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된다. 그의 작품에는 그 나름의 신선함이 있어 주목된다. 지금은 국내에서 만화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대표적인 팝 아티스트 중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필자와의 이야기 중에 이동기는 얼마 전에 자신의 그림을 캐릭터로 제의한 회사에서 만든 제품이라면서 아토마우스가 예쁘게 그려진 컵을 하나 보여주었다. 산뜻한 컵에서 공중을 나는 로봇 아톰과도 같은 귀여운 아토마우스를 보며 이동기의 예술성과 순박함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었다. 작가는 컵뿐만 아니라 예술성이 내재된 것이라면 어떠한 것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그야말로 전천후로 오픈된 작가라 할 수 있다. 작가의 이러한 독특한 작품 성향 때문인지 그는 다양한 영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팝아트는 어떠한 영역의 작품에서든지 우리 이미지를 담은 예술세계를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세계의 팝아트적인 흐름을 보다 우리의 시각에서 담아내고 표현하는 것은 팝아트적인 작가들의 과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동기는 필자에게 다른 작품을 하나 더 보여주었다. 그것은 만화 캐릭터와 함께 복합적으로 그려진 추상표현주의 성향의 작품이었다. 그가 항상 작품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는 단순한 팝아트의 작품에만 머무르고자 하지 않으며, 비록 만화 같은 작품이지만 쉽게 그리기보다는 철학적이고 문학성이 담겨있는 작품을 창작하고자 한다.

필자가 느끼기에도 작가는 지금까지 실험적인 작업을 진행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라는 옛 속담이 있듯이 이동기의 작업 세계는 항상 가능성으로 열려져 있다. 이동기는 아토마우스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만화적 이미지를 만들어냈듯이 앞으로도 우리의 감각과 느낌이 담겨있는 독특한 팝아트를 전개시키게 될 것이다. 오직 이동기만의 감성으로 말이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의 예술세계와 진지한 눈빛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았다. 국내에 제대로 된 팝아티스트적인 작가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동기의 작업은 아직 젊고 가능성이 있다는 면에서도 대단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글= 장준석(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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