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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점을 치는 사람들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미국의 권위 있는 일간지 뉴욕타임스지는 7일 “한국인들은 무속신앙(shamanism)을 한국 문화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며, 특히 올해와 같은 선거철에는 기독교 신자든 불교 신자든 무속인과 점집을 찾는 정치인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유명한 무속인은 예약객들로 꽉 차서 만나기조차 힘들며 정치인들은 무당에게 조상들의 묘를 명당으로 옮기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물어본다”고 소개했다.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인들은-불교 신자는 물론 일부 기독교, 천주교 신자들까지-무속에 관대한 편이며 입시철, 선거철, 개업시기 또는 몸이 아플 때 점집이나 신수집 또는 무당집을 찾아가 돈을 내고 길흉화복을 점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한국의 많은 여성들은 점장이나 무당들을 인생 상담역이나 주치의로 생각하며 돌발상황이 터지면 그들에게 뛰어간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선거철에 점장이들을 은밀하게 찾아가 당락을 문의하는 것은 사실이다. 어떤 후보는 상대를 혼란시키기 위해 자신의 사주를 변조하여 퍼뜨리기도 한다. 작고한 손석우씨는 본래 신분이 점장이였지만 큰돈을 버는 데 풍수가 유리하다는 점을 간파하고 자신의 특기인 점을 쳐서 전두환, 김대중씨 등이 집권할 가능성이 보이자 “조상이나 인척의 묘를 옮기면 당선된다”고 꾀어 몇 억 원씩 받아낸 것으로 유명하다.

정보기관들은 주요 선거철에는 한국역술인협회, 대한승공경신연합회 등 50만명 안팎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무속인 단체의 간부와 회원들을 접촉하고 당선자를 예상하거나 특정 후보를 위해 유리한 소문을 퍼뜨려달라고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인터넷에는 200개 이상의 운수사이트들이 족출해 마음이 약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첨단과학기술의 총아인 IT산업의 지도국인 한국에서 많은 국민이 귀신(鬼神) 또는 잡신(雜神)을 불러들여 운명을 예측하는 점장이들에게 1년에 2조 원(한국역술인협회 추산)이 넘는 큰 시장을 형성하도록 돈을 갖다 바치는 현상은 희대의 역설(逆說)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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