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아침논단]성인지 예산결산제도 본격화

공무원 성인지 예산교육 준비작업… 내년부터 실시
성인지적 예산·결산 도입 성별영향평가 선행돼야

 

며칠 전 기획예산처는 2010회계연도부터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미리 분석한 보고서인 ‘성인지 예산서’와, 예산의 집행을 통해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혜택을 받고 성차별을 개선하는데 얼마나 기여했는지 평가하는 보고서인 ‘성인지 결산서’를 작성하기 위해 내년부터 공무원 대상 ‘성인지 예산교육’을 실시하는 등 준비작업에 착수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일반인에게는 용어조차 낯설은 ‘성인지 예산ㆍ결산서’는 작년에 새로 제정된 ‘국가재정법’(2006년 10월 공포)에 의해 국회제출이 의무화된 것인데 이는 1995년 북경에서 열린 세계여성대회에서 남녀가 평등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채택된 것으로 이미 프랑스, 영국, 캐나다, 독일 등 세계 60여개국에서는 정부예산에 성인지적 관점을 도입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3년 ‘여성발전기본법’을 개정해 정책의 성별영향분석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여성가족부가 중심이 되어 추진을 해 왔으나 아직 필요성 및 취지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2010년부터는 본격화될 전망이다.

성인지적 예산ㆍ결산 도입을 위해서는 예산이 투여되는 정책(사업)이 남녀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성별영향평가가 선행되어야 하며 정책의 집행이 남녀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분석, 그리고 그 결과가 성별 불평등을 초래하여 양성평등사회 구현에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면 다음해 정책수립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 것인지(환류)에 대한 전 과정이 체계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실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공무원들 스스로가 직접 참여해야만 가능해 진다.

기획예산처가 내년부터 공무원 대상 ‘성인지 예산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그런데 정책이 정말 남녀를 차별하는 것일까?

남녀평등이라 하면 남녀에게 똑같은 기회를 주고 똑같이 대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해 왔는데 새로이 도입된 성인지적 관점에 의하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해야 한다고 한다. 즉, 남녀의 다른 점에 대해서는 바로 그 다른 점을 인정하고 다르게 기회를 주고 다르게 대함으로써 결과적 평등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전 신문기사를 보니 미국 의학협회지에 “아스피린이 남녀를 차별한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고 하는데 1966년부터 40여년간 남녀 9만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아스피린의 약효중 뇌졸중 예방효과는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반면, 심근경색 예방효과는 남성에게만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같은 약이지만 약효가 남녀에 따라 다르다는 것으로 이는 남녀의 서로 다른 신체 및 생리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약효까지도 성별에 따른 영향이 다르다고 하는데 정책(사업)이 남녀를 차별하는 사례는 부지기수일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동안 정책이 주로 남성들에 의해 입안되었기 때문에 남성들에게 통용되는 잣대와 기준으로 하여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며 아마도 남성들은 그러한 잣대와 기준이 여성이라고 다를 것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정책에 대한 성별영향평가 작업을 우리 가족여성개발원에서는 2005년 개원시 부터 매년 실시해 왔다.

이러한 성별영향평가는 전문가들이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공무원들 스스로가 할 때 직접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에 그러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경기도가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여성정책책임관제도’를 도입하면서 올해 도 및 시ㆍ군의 50개 과제에 대한 성별영향평가를 실시하기로 한 것은 양성평등한 경기도를 만드는데 큰 도약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 원에서는 전문가 6명으로 ‘성별영향평가 지원단’을 구성하여 과제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분석과정에 대한 교육도 실시하고 단계별로 1대 1 튜터링을 하고 있으나 워낙 생소한 개념과 접근방법으로 인해 성별영향평가 과제담당 공무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2-3년이상 축적된다면 모든 공무원들이 정책을 입안할 때 남녀의 차이점을 기본적으로 고려하여 새로운 잣대와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