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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망자(亡者)의 길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보통 사람은 죽기 전에 자신의 시신 처리와 관련하여 매장과 화장 중에서 선택하여 유언한다. 정부는 매년 여의도만한 땅이 묘지로 변하는 상황에서 화장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매장을 선호해온 국민도 묘지 마련의 어려움, 화장의 간편함 등을 깨달으면서 2005년을 기점으로 화장률이 50%를 넘어서는 등 획기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화장장이 턱없이 부족하여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SBS가 14일 밤 방영할 예정인 ‘그것이 알고 싶다’란 프로그램에서 ‘불법 화장 문제’를 다룬다. 전국에 장례식장은 770여 곳에 달하는데 화장장은 47곳뿐이며 특히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는 수도권에는 4곳에 불과하므로 죽은 사람을 화장하는 데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 방송은 경쟁에서 탈락한 유족들이 묘지 근처 숲 속에서 가스버너와 드럼통, 절구 등을 이용해 시신을 태우는 심각한 사태를 고발한다. 시신을 이렇게 대접하는 것은 망자(亡者)에 대한 극도의 모욕이다.

이처럼 화장장이 크게 부족한 현상은 화장을 강력히 권장하면서도 관련 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정부 및 지자체의 무능과 해당 지역 주민들의 결사적인 반대가 어우러져서 나온 결과다. 서울시와 서초구 원지동 주민들의 갈등으로 2000년부터 8년째 해결을 못 보고 있는 원지동 추모공원 사례,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화장장을 지으려던 하남시장이 이를 반대하는 시민들에 의해 주민소환의 대상이 된 사례 등이 이를 웅변한다.

2005년 매장건수를 기준으로 전국 공설묘지와 법인묘지는 각각 31년과 37.4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르며 2005년 봉안실적을 기준으로 7년 후엔 전국의 납골당은 바닥을 드러낸다고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작년 10월에 경고한 바 있다. 망자의 시신들이 하루 처리 능력이 69구에 불과한 서울시립 벽제 화장장 주변에서 대기하다가 영구차에 실린 채 지방 화장장으로 떠도는 기현상은 언제 그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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