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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고3 수험생이 봉인가?

교육부-대학간 내신싸움 수험생 배려는 전혀 없어
참된 교육의 목적 찾아서 피해 학생 없도록 최선을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내신전쟁은 여태껏 계속 되고 있다. 고3교실은 여름 더위만으로도 후끈 달아오르는데 교육부와 대학 간의 뜨거운 내신 전쟁으로 더 뜨거워진다. 일부 사립대는 이 전쟁과 상관없이 내신 무력화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 같다.

“내신이나 논술보다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주력하는 것이 유리하다” “내신 1~5등급 간의 점수 격차는 좁게, 하위 등급 간 격차는 넓게 두겠다” “합격의 90%는 수능에서 결정될 것이다”

서울 소재 상위권 사립대의 합동 입시 설명회에서 참여 대학들은 한결같이 내신 무력화에 무게가 실린 말을 했다. 아무리 교육부에서 내신실질반영률을 30%이상 하라고 해도 대학자율권의 침해라며 싹 무시한다.

“내신 신경 써야 하는 거예요? 아닌 거예요?”

“요즘 나오는 신문 기사에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신도 충실하게 준비하고, 수능 준비도 잘 해놓으면 아무래도 기회가 그만큼 많아지지.”

“하지만 신경 쓰여요. 내신이 무용지물이 되면 아등바등 내신 공부를 안 해도 될 것 같고.”

논술 공책을 내러 왔던 미정이가 투덜댄다. 그러나 이는 미정이 혼자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 땅의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최근 대학과 교육부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지켜보았을 것이다.

‘저주받은 89년생’, ‘죽음의 트라이앵글’ 올해 수험생들을 지칭하는 말의 무게만큼이나 불안한 아이들. 그들은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는 순간 변화의 가운데에 서야 했다. 7차 교육과정 도입, 입시제도 변화. 특히 논술광풍과 함께 불어온 내신 성적 등급제는 동료조차 경쟁상대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입시를 위해 우리 아이들은 3년을 준비했다.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무려 천 백일이라는 젊은 날짜를 투자했다. 인생이라는 건물을 짓기 위하여 설계과정에서 치밀하게 사전 조사를 하고 상당한 비용을 투입하여 공정기간을 갖고 이제 막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준공승인기준이 달라졌다고 한다. 건물 구조 비율을 바꿔야만 승인을 한다고 하니 수험생들은 황당함을 넘어 절망적이 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힘든 올해 수험생들은 지금 불안하다. 왠지 교육부는 믿음이 가지 않고 대학 당국이 발표하는 입시안은 언제 바뀔지 모르니 1학기가 다 끝나가는 이 시점에도 확신을 할 수 없다.

최근의 논란을 지켜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대학은 대학대로, 교육부는 교육부대로 서로 반대하고 비난하는 일이 반복되지만 이 모든 논란 어디에도 수험생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너무해요. 조금이라도 우리 생각을 한다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요?”

미정이가 제법 격한 어조로 쏘아 붙인다.

입시안은 늦어도 1년 전에는 확정해서 발표해야 한다. 그리고 한번 발표한 입시안은 바꾸지 말아야 한다. 사소한 숫자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면 큰 문제이다. 요즈음 아이들은 1학년에 입학하면서 자신이 갈 대학의 입시안을 검토하고 그 기준에 맞추어 준비를 한다.

 

각 대학에서 발표하는 입시안은 수십만 수험생들과 맺은 공적인 약속이다. 서로 눈치보고 있다가 기일이 닥쳐 발표하거나, 대학의 얄팍한 이익을 위해 반영 비율을 바꾸는 일은 하지 말자. 대학은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여 인재를 양성하는 것보다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해 우수한 인재로 만드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다.

 

선발이 아니라 교육이 목적인 것이다. 지금 당장의 얄퍅한 이익을 위해 대학 자체의 신뢰를 훼손당해서는 안될 것이다. 직접 피해를 입는 상대는 우리들의 소중한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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