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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아름다운 양심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공자의 ‘논어’에 이런 구절이 있다. “사마우가 교양 있는 군자란 어떤 사람인지 여쭈었다. 공자께서 대답했다. 군자란 근심할 일이 없고 두려워할 일이 없는 사람이다. 사마우가 다시 여쭈었다. 근심할 일이 없고 두려워할 일이 없는 정도 가지고 군자라고 할 수 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내심으로 반성해서 한점도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비로소 근심과 두려움 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일본의 역사학자 미야자키 이치사다(宮崎市定)는 ‘한점도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어야’로 의역함으로써 공자의 숨은 뜻을 부각시킨다.

우리나라의 윤동주 시인은 ‘서시(序詩)’에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라고 고백함으로 고결한 인품과 양심의 절정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정치인 김대중씨는 독재 권력으로부터 탄압받던 시절에 ‘행동하는 양심’을 외치며 독재에 저항하지 않는 양심은 양심이 아니라는 행동철학을 정립한 바 있다.

대구시 수성구 고모동 팔현마을의 2차선 도로 옆에 있는 여환욱(55)씨의 과일가게는 ‘현금은 돈통으로 넣어주세요’라는 문구와 주인의 전화번호를 적은 안내판만 보인다. 사람들은 이 가게에서 안내판에 적힌 대로 과일을 고른 다음 양심껏 돈통에 돈을 넣고 있다. 어떤 손님은 돈이 부족하다고 주인 전화번호로 전화한 후 나중에 외상값을 돈통에 넣기도 한다. 가게 주인 여씨는 계산은 정확하다고 흐뭇해한다.

그러나 충북 충주시 탄금대에서 ‘양심 자전거’를 대여한 정창진(54)씨는 300여 대나 잃었다. 전남 장성군 북하면 단전리 신촌마을의 이장도 ‘양심가게’를 열었지만 도난이 잇따르자 “당분간 CCTV로 녹화합니다”란 팻말을 붙였다. 사람들이 양심을 말하기는 쉽지만 그것을 지키기는 어렵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란 옛말도 있고 “양심이 밥 먹여주냐?”라는 세속의 푸념도 있긴 하지만 사람이 양심을 지키기란 쉽지 않고 양심을 지킬 때 순수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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