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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석의 작가탐방<23>-임옥상의 예술세계

 

“이제는 나 혼자 완성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호흡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어요.

고민을 하다가 자동차 없는 거리가 이루어지는 주말 인사동으로 나갔어요. 에이! 그림 그려봤자 팔리지도 않고 나가서 신나게 놀아보자.

시민들하고…. 뭐랄까 나도 좀 봉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나가서 진짜 민중 한번 만나보자. 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마치 자기를 뉘우치고 참회를 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거리의 민중들을 만났어요. 민중들을 만나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어요.”


대중과 호흡하는 民衆의 화가

 

필자가 대학을 다닐 무렵은 독재에 맞서 자유와 민주를 갈망하는 혼돈의 시절이었다. 1979년 10·26사건으로 유신 체제는 막을 내렸으나, 12·12 군사쿠데타로 국민들의 민주 정권 수립 요구는 이뤄지지 못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이 무력으로 진압된 후에, 군사독재정권인 제5공화국이 출범하였다. 국민들은 언론 통제, 삼청교육대, 녹화사업 등등 독재와 인권유린, 억압 속에서 숨죽여야 했다.

그 당시의 많은 지식인들은 정의와 진실을 위해 이념과 사고의 헤게모니(Hegemonie)를 넘나들었으며, 그 시대의 아픔들이 문학과 미술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로 형상화되었다. 적지 않은 학생들과 교수들에게는 대학이 학문과 진리를 탐구하는 상아탑(象牙塔)일수만은 없었다. 집회 시위 및 진압용 최루탄 냄새가 끊이지 않았고, 대학 주변에서는 몇 잔의 막걸리를 사이에 두고 쏟아내는 한(恨) 서린 민중의 노래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필자는 몇 년 전에 광주에 갔었는데, 도시 외관뿐만 아니라 분위기나 풍기는 인상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보였다. 그리고 상당히 큰 액수의 돈이 걸린 어느 조형물 심사장에서 민중 계열의 작품들을 보면서 예전의 그들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벌써 많은 세월이 무상하게 흘렀으며 그 당시의 아픔이 잊혀져가고 있는 것이다.

당시 민중미술의 대표 주자 중의 한 사람이었던 화가 임옥상의 평창동 작업실을 찾았다. 학창시절에 필자가 보았던 민중미술을 하는 친구들의 작업 공간은 예외 없이 누추하고 너저분했는데 그의 작업실은 깨끗하였다. 전통 차 한 잔을 마시면서 학창시절 그의 절친한 벗이었던 신경호 선생을 화두로 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경호 선생은 그에게 많은 영향을 준 정말로 대단한 친구라고 하였다. 그밖에도 그와 나눈 많은 이야기들은 필자가 미술대학을 다닐 때부터 익히 보고 들어왔던 오윤, 임옥상, 신학철, 황재형 등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왠지 친근감이 느껴지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정말로 순수하고 진실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에 총소리가 진동할 때면 행여나 집 안으로 총알이 들어올까 봐 솜이불을 뒤집어쓴 사람도 있었으며, 어떤 사람들은 광주를 떠났다. 그러나 임옥상은 오히려 서울에서 광주로 들어왔다고 하였다. 그의 이러한 대담함은 민중에 대한 애착 및 민중들과 함께 하며 민중들의 삶의 애환을 형상화할 수 있는 진정한 장인정신(匠人精神)과 작가적인 사명감 등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친근감이 느껴지는 그의 작품을 보면 그가 대단한 재주꾼임을 알 수 있다. 글씨는 맵시 있게 날이 서있으며 그림이 흐트러짐이 없어 보인다. 임옥상은 필자가 당연히 물어볼 것이라 생각해서였는지 최근의 작품 세계에 대해 많은 공력을 들이며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마디로 자신의 예술세계에 부합되는 민중미술의 정당성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대가 많이 흘렀음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그림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시대가 조용해진 이후 그는 많은 보통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하는 미술을 꾸준히 고민하며 추구해왔던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필자는 임옥상이라는 화가가 참으로 편견 없는 진솔한 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나 혼자 완성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호흡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어요. 고민을 하다가 자동차 없는 거리가 이루어지는 주말 인사동으로 나갔어요, 에이! 그림 그려봤자 팔리지도 않고 나가서 신나게 놀아보자. 시민들하고…. 뭐랄까 나도 좀 봉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나가서 진짜 민중 한번 만나보자. 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마치 자기를 뉘우치고 참회를 하듯, 또는 교회를 가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거리에 가서 민중들을 만났어요. 그런데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어요. 이후 몇 년 동안 거리에 나가 많은 민중들을 만나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어요.”

이후 임옥상은 진솔하게 대중과 함께 하는 공공미술을 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시골에서 담장도 쌓고 농사도 짓고 하는 거 아닌가요. 그 사람들을 만나면 일하다가도 ‘아, 어디가? 이리와! 먹고 좀 쉬었다가 하지’ 않던가요? 미술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시장 얼마나 웃겨요. 미술이라는 게 오히려 조용히 사람들을 내쫓는 건 아닌지….”

 

그래서 고민하다 얻은 결론이 진정으로 대중과 함께 할 수 있는 신나는 미술판이었던 것이다. 그는 매번 아이템을 바꿔가며 진정한 민중 미술에 대해 고민을 하였고 결국 인생의 후반기에 들어 가장 큰 전환을 하게 되었다. 이제 임옥상은 더 큰 걸음으로 민중에 접근하고 있었다. 그는 참으로 민중과 함께 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찾아나가고 있는 것이다.

임옥상은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며 민중과 하나가 되고 소통이 되는 미술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그의 이와 같은 미학은 그야말로 ‘대중과 소통되는 삶의 미학’이라 할만하다. 이는 그가 진정한 민중 미술가이자 삶의 예술가임을 말해준다. 예술을 모르는 많은 사람들에게 미술이라는 큰 이야기를 진심으로 전해주는 화가인 것이다. 마치 시골의 우체부아저씨처럼 그는 오늘도 민중들을 위한 소박한 그림 그리기에 여념이 없는 진정한 민중들의 화가라 할 수 있다. ■글= 장준석(미술평론가)

<약력>

1950 충남 부여 출생

1972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1974 동대학원 졸업

1979 81 광주교육대학 교수

1981 92 전주대학교 미술학과 교수

1986 프랑스 앙굴렘 미술학교 졸업

1993 94 민족 미술협의회 대표

현재 임옥상미술연구소 소장/사단법인 문화우리 회장

<수상>

1985 학원 미술상

1992 가나 미술상

1993 토탈 미술상

<저서>

2000 누가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지 않으랴 생각의 나무

벽 없는 미술관 생각의 나무

2003 가을이야기 다이어리 명상

<개인전>

1981 제1회 개인전 : (미술회관)

1984 제2회 개인전 : (서울 미술관)

1988 제3회 개인전 : ‘아프리카 현대사’ 전 (가나 화랑)

1990 제4회 개인전 : ‘우리시대 풍경’ 전 (온다라 미술관)

1991 제5회 개인전 :1991 임옥상 회화전(호암갤러리)

1995 제6회 개인전 : ‘일어서는 땅’ 전 (가나 화랑)

‘일어서는 땅’ (가나-보브르 화랑 초대전, 파리, 프랑스)

1997 제7회 개인전 : ‘역사의 징검다리’ 전(가나 화랑)

제8회 개인전 : ‘저항의 정신’ (얼터너티브 뮤지엄, 뉴욕, 미국)

2000 제9회 개인전 : ‘D.M.Z. Oksanglim’ (Orchard Gallary, 영국 북아일랜드)

제10회 개인전 : ‘철의 시대·흙의 소리’(가나아트갤러리)

2001 제11회 개인전 : ‘물과 불의 노래’(부산 코리아아트갤러리)

2002 제12회 개인전 :‘철기시대 이후를 생각하다.’(인사아트갤러리)

2003 제13회 개인전 :‘한바람 임옥상의 가을이야기’(갤러리편도나무)

<기획전>

1980~90 현실과 발언전 출품

1983~84 문제작가 작품전 (서울 미술관)

1988 민중아트전 (뉴욕 아티스트 스페이스)

밀라노 트리엔날레 (이태리)

1989 FORUM (독일 함부르그)

1991 반 아파르헤이트전 (예술의 전당)

1992 십이월전 그 후 십년전

1992~93 씰크로드 기행전 (동아 갤러리)

1993 퀸즈랜드 트리엔날레 (오스트레일리아 퀸즈랜드)

코리아 통일 미술전 (동경)

토탈미술대상전 (토탈 미술관)

대전 EXPO 재생 조형전

1994 동학혁명 100주년 기념 <새야, 새야 파랑새야>전 (예술의 전당)

민중미술 15년전 (국립 현대미술관)

한국현대미술 40년의 얼굴전 (호암 갤러리)

서울 풍경의 변천전 (예술의 전당)

1995 한국의 색과 빛 (호암 갤러리)

한국 현대미술전 (중국 북경)

’95 한국 현대미술 (국립 현대미술관)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 호랑이 꼬리전 (베니스)

해방 50주년 기념 민족미술전 (예술의 전당)

정보와 현실전 (영국 에딘버라 후르트마켓 전시장)

제1회 광주비엔날레 국제 미술전 출품 (광주)

1996 판화 미술제 (예술의 전당)

해방 50년전 (예술의 전당)

1997 한국 현대미술 (중국 심양 노신미술관)

1998 불온한 상상력전 (21세기화랑)

1999 동강별곡 (가나화랑)

동북아와 제3세계 미술전(서울시립미술관)

2000 헤이리 아트 밸리 퍼포먼스 ‘가이아’ 출품

한국 베트남 평화 기금 마련 경매전 출품

‘민족상생21’ 2.4×100m대형벽화 제작 광화문 설치 - 이외 다수의 기획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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