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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공과 사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사회심리학자들은 영어의 E자로 사람의 속성을 파악한다. 즉 자신의 이마에 손가락으로 알파벳 E를 쓰라는 주문이 있었다 하자. 어떤 사람은 앞의 사람이 봤을 때 E자로 보이도록 거꾸로 쓴다. 다른 사람은 자기중심으로 E자를 쓴다. 전자는 ‘공적 자기의식’이 높은 사람이요, 후자는 ‘사적 자기의식’이 높은 사람이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공적 자기의식이 높은 사람은 타인지향적이고, 사적 자기의식이 높은 사람은 자기중심적이다.

학생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과 사를 구별해야 한다”는 교훈을 학교에서 무수히 들으며 자랐다. 교사들은 흔히 “학교의 물건을 들고 가지 말라”, “수도꼭지를 가만히 틀라”, “물을 낭비하지 말라”, “책상을 칼로 긁지 말라”,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하라”고 가르친다. 학생들이 사회인이 되면 국가는 병역, 근로, 납세, 교육 등 4대 의무에 ‘신성한’이란 형용사를 붙여가면서 그 이행을 강조해 마지 않는다. 언론은 일부 공무원과 군인들이 공공물품을 내다 팔아 사리(私利)를 취하는 짓이 발각되면 이를 사악한 행위로 규탄하며 책임을 추궁한다.

KBS의 7월 31일 보도에 의하면 문화재청은 유홍준 청장이 부임한 이후 그의 저서인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420여 만 원어치 사들였다. 또 지난해 10월 유 청장이 펴낸 책 ‘김정희’도 260여 만 원어치 사들였다. 문화재청이 지금까지 사들인 유청장의 저서는 5종으로 모두 1천300만 원 어치에 달한다. 문화재청은 이렇게 구입한 책들을 문화재청 방문객들에게 기념품으로 제공했다 한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라는 책을 개인적으로 써서 돈을 많이 벌고 그 공(?)으로 문화재청장까지 된 유홍준씨가 자신의 저서를 국민의 혈세로 홍보하는 휘하 직원들의 행동을 몰랐을까? 아니면 이를 알고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을까?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학생은 훈계 내지는 체벌 대상이 되고, 공직을 이용하여 “꿩 먹고 알 먹는” 인간은 E자를 자기중심으로 쓰는 유형에 속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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