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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꼴불견 피서객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26년이나 한국에서 살았다고 하지만 나는 어차피 일본 사람일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 일본인 이케하라 마모루씨는 1998년 한국에서 출판된 ‘맞아죽을 각오로 쓴 한국·한국인 비판’이란 책에서 우리나라와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쳐야 할 점을 적나라하게 썼다. 책 제목이 순교를 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냥 흘려보낼 내용은 아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 책은 한국인의 무질서 의식을 예리하게 비판하여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태양이 중천에서 이글거리는 요즘은 피서철이요, 여름 휴가철이다. 주말이고 평일이고 대도시를 빠져나가는 자동차 행렬이 길게 늘어져 있다. 여기서부터 무질서 의식이 낳은 꼴불견 백태는 펼쳐진다. 여행사 버스는 승객들의 노래방으로, 춤추는 홀로 변모한다. 차창 밖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얌체들도 있다.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핸들에 발을 올려놓은 채 코를 고는 운전자들은 참으로 강한 심장을 과시하려는 것일까.

적지 않은 피서객들은 기대해 마지않았던 피서지에서 고행(苦行)을 치러야 한다. 산이 아름답고 물이 맑은 계곡으로 들어가면 웃통을 벗은 채 고기를 구워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고성방가하는 사람들, 화투를 치며 쌍소리를 지껄이는 사람들, 계곡에다 오줌을 싸고 비뇨기를 터는 사람들, 대중들이 보는 앞에서 입술을 쪽쪽 빠는 남녀들로 인해 시원한 자연 속에 묻혀보려는 피서객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노출이 심한 해수욕장에선 유난히 큰 목소리로 파열음을 내는 사람들, 쓰레기를 아무 데다 버리는 사람들, 대낮에 차 안에서 만취상태로 뜨거운 애정행각을 벌이는 사람들로 인해 바다를 찾은 피서객들은 당황한다.

이 땅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이 남의 이목, 남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내 멋대로, 내 기분대로 살려 한다면, 푹푹 찌는 여름에 시원한 곳을 찾은 이웃들을 괴롭히면서 자기 기분만 만끽하려 한다면 우리 사회는 꼴불견 천국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이 계절에 자칫하면 열을 받기 쉬우니 이웃과 함께 조용히 더위를 식힐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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