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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과거, 그 유혹의 손짓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과거는 무수한 사연을 내포하는 추억의 보고(寶庫)다. 현재는 매순간 나타나 곧 과거로 편입되고 마는 찰나의 주인공이다. 미래는 그 넓이와 깊이를 헤아리기가 어려운 먼 상상의 공간에 자리하는 시간대다. 시간 중 가장 확실한 것은 현재지만 가장 길며 아련하게 느껴지는 것은 과거요, 가장 불확실한 것은 미래다. 과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후세인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수시로 유혹의 손짓을 하는 것일까?

노무현 정부는 과거사에 관련된 위원회를 많이 발족시켜 나름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다만 역사학자 E. H. 카아의 말처럼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인 이상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의 자료를 수집하여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역사가가 어떤 사관(史觀)을 가졌느냐에 따라 과거는 판이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개인은 물론 국가가 지난날의 자랑스러운 측면과 아울러 부끄러운 측면도 찾아내 교훈으로 삼는다면 과거는 언제나 의미있는 존재로 다가올 것이다.

로마제국의 흥망성쇠를 다룬 소설이 인기를 끈 이래 요즘 드라마 ‘로마’ 또한 시청자들의 눈길을 휘어잡고 있다. 영국 헨리8세와 앤 불린의 세기의 스캔들을 다룬 드라마 ‘튜더스―천년의 유혹’은 팬들의 관심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1980년 광주민중항쟁의 피어린 투쟁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가 개봉된 지 열흘도 안 돼 관람객 300만명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순신의 생애를 다룬 소설 ‘칼의 노래’로 이목을 받았던 김훈의 병자호란을 다룬 소설 ‘남한산성’은 지난 4월에 출판된 이래 베스트셀러를 유지하고 있다.

1950년대에 여류 가수 나애심이 애절한 목소리로 불러서 국민의 심금을 울렸던 노래 ‘과거를 묻지 마세요’가 개인의 애정의 발자취에서 ‘한 많고 설움 많은’ 지난 날의 추억을 털고 일어서려는 소망을 담고 있다면 한 시대를 움직였던 인물이나 집단 또는 국가의 의미 깊은 사건을 다룬 역사물은―그것이 비록 역사 자체는 아니라 할지라도―과거를 극복하려는 현대인의 의지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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