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장준석의 작가탐방<24>-김윤태의 예술세계

 

 

50여년 인생, 흙으로 빚어내다

중국 미술을 전공한 필자는 중국 고대의 화론서들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여러 가마(요(窯))에 대한 기록들을 눈여겨 본 적이 있다.

 

중국 미술을 전공한 필자는 중국 고대의 화론서들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여러 가마(요(窯))에 대한 기록들을 눈여겨 본 적이 있다.

다양한 요(窯)의 명칭과 특성들을 통해서 도공들의 예술적 경계가 단순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몇 권의 도자와 관련된 책, 그리고 다양한 차 그릇과 옹기 등을 보면서 흙으로 빚어진 도자에 담긴 깊은 예술정신을 조금은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무렵에 인사동을 자주 다니면서 여러 요(窯)에서 만들어진 여러 작가들의 도자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안목이 어느 정도 생기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차와 다완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는데, 특히 ‘尙州窯’라고 표기된 오동나무 상자에 들어있는 다완을 흥미롭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상주요(尙州窯)를 이끄는 도봉(道峰) 김윤태(金允泰) 선생의 작품을 우연처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최근에 있었다. 비록 도록을 통해서였지만 다기(茶器)와 여러 그릇들에서 예전보다 훨씬 깊어진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도봉의 작품 중에서 특히 다완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달리 정갈스럽고 빼어나다. 받침 역할을 하는 다리 부분이 인상적이었으며, 아구리 부분은 단아하고 훌륭하게 생각되었고, 몸통과 굽에서는 우주를 받쳐줄 것만 같은 기운이 느껴졌다.

도봉의 작업실까지는 멀었으나, 작가를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터라 지루하기는커녕 마치 피서지로 향하는 어린애처럼 들떠있었다. 어쩐지 복잡하고 사연 많은 인생역정이 배어있을 것만 같은 그의 예술세계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서 도자(陶瓷)의 매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그의 작업 공간은 부산 시내를 약간 벗어난 기장군에 위치하고 있다.

 

작업실 앞에 묘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천년 먹었다는 오동나무 두 그루는 작업실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반갑게 맞아주는 작가의 첫인상은 나이에 비해 무척 맑아 보였고 동안(童顔)이었으며, 그의 작품과 여러모로 비슷한 것 같아서 호감이 갔다. 작업실 한쪽 벽면의 한 축에는 월하(月下) 스님의 글씨가 담박하고 단아하게 지키고 있어서 도봉의 작품들과 잘 어울렸다.

작가 김윤태는 어려서부터 숙부 밑에서 자연스럽게 도자 예술을 배웠으며, 많은 경험을 통해 살아있는 지식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 그는 전통 가마와 산비탈에 만들어진다는 등요(登窯), 그리고 천개 가마에 이르기까지 그 동안 실전에서 익힌 경험들을 설명해 주었다.

 

그는 흙이나 장작불때기 등의 기본에 매우 충실한 예술가로서, 이야기 도중에 간간이 흙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흙을 제대로 알거나 전통 유약을 제대로 쓰는 도예가가 거의 없음을 안타까워하였다.

“저희 할아버지께서 정구품(正九品) 벼슬을 하셨지요. 할아버지께서는 가마에 환장을 하셔서 깊은 산골에 들어가 가마를 만드셨어요.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랐지요. 남들과 달리 흙을 조금씩만 파가지고 가서 흙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하였지요.” 이처럼 그는 다양한 각도에서 가마에 불을 지피며 도자와 흙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도봉은 국내에서는 드물게 도화(陶畵)와 도자(陶瓷)를 함께 하는 작가로서 무려 오십 년 이상을 도자와 함께 해왔다. 그러기에 도자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자신감과 자부심이 대단할 수밖에 없다. 그가 작업공간으로 선택한 기장군에는 다양한 양질의 흙이 많다. 작가 김윤태는 양질의 질흙을 파오고 토물을 받으며, 질흙을 반죽하고 기포를 죽이는 일 등등 도자 창작과 관련된 일련의 모든 것을 자신의 힘으로 해결한다.

 

이처럼 도자기를 만드는 전 과정을 홀로 직접 진행시키는 작가는 국내에 거의 없을 것 같다. 수중군의 허드렛일은 말할 것도 없고 그림 그리고 마무리하는 일까지 모든 것을 홀로 묵묵하게 작업해 온 것이다.

그의 작업 공간에 전시된 연질 백자를 비롯하여 두두옥, 오기 등 다양한 종류의 다완과 기물들에서 그가 범상치 않은 도예가임을 느낄 수 있었다. 도봉은 강한 인내력과 의지를 갖고 있으며 작업 경험이 많고 작품에 심도가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굳이 화려하게 알리려 하지 않으며, 남들이 알아주건 말건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가 걸어 온 오십 여 년은 수행이자 특별한 깨달음의 시간들이며 참 예술가의 삶이기도 하다.

밤이 깊어갈 무렵, 도봉의 예술가적 향기인 듯 은은하고 감미로우며 깊은 향이 배어있는 전통차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옆에 서있는, 달처럼 둥글고 아름다운 그의 달 항아리에서는 우리 민족의 고졸미(古拙美)가 느껴졌다.

 

은백색의 담아함을 뽐내는 듯한 백자 빛 달이 차 맛을 더욱 은근하게 해줄 즈음, 정읍사(井邑詞)에 있는, 행상을 나간 남편의 안녕을 달에 기원하는 어느 백제 여인의 노래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였다.

“달님이시여 높이 높이 돋으시어 멀리까지 비춰주소서.…당신 가시는 데 날 저물까 두렵사옵니다.……”

<약력>
1936 경북 문경군 동로면 적성리(갈전동)출생
1950 숙부님에게 사사(갈전요)
1964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 방곡리 단양요업 건립
1973 경북 상주군 함창면 윤직3리 상주요 건립
1976 경남 양산군 기장면 교리 279-2로 상주요 이전
1979 제 4회 전승공예대전 입선
1980 기타큐슈 산업무역도예전 출품
아사히신문, KBC큐슈방송주식회사 감사장수상
1981 부산국제회관 청화백자 전시
1981 기타큐슈 구꾸라 잇스쓰야 백화점 전시
1981 큐슈 구마모도 쓰루야 백화점 전시
1981 큐슈 하가다 잇스쓰야 백화점 전시
1981 오무다 잇스쓰야 백화점 전시
1981 큐수 도예작가전 출품
1981 나가삿기시 하마야 백화점 전시
1981 아마모리시 핫지노시 화나가미 백화점 전시
1982 고오베시 소고 백화점 전시
1982 오사카시 소고 백화점 전시
1982 히로시마시 소고 백화점 전시
1983 후쿠오카시 무라오까야 갤러리전시
1984 경남 전승도예협회 전시 (창원KBS)
1984 보건 사회부장관 감사패 수상
1986 부산일보사 (불우이웃돕기)10인전
1988 화가 백포 곽남배 합작전시(부산호텔)
1989 전승도예회원 전시(창원KBS)
1990 기타큐슈 고꾸라 잇스쓰야 백화점 전시
1991 일본동경 가스미회관 대호텔 전시
1991 일본동경 한국 문화원 전시
1993 한국사기장인 7인전(경복궁 공예관)
1996 부산 경남 한국전통도예 회원 축제전
부산경남 한국전통도예협회장
2000 조부님으로부터 아들까지 4대 (서울 인사동 안국갤러리 전시)
2001 고려다완재현 개인전 (30여종류의 고려다완및 전통도예품)-(부산일보 1층 부일갤러리)
2006 기장군 문화대상 수상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