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NGO칼럼]민주적 공청회 후진적 폭력사태

파주시 운정소각장 공청회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 행위
지난 5.18운동 교훈 본받아 관련의혹 진상규명 밝혀야

 

“투항하면 살려준다! 폭도들은 총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이 말에 딸 박신애(이요원)를 지켜달라는 대장(안성기)의 부탁을 받고 전남도청을 빠져나오던 강민우(김상경)는 ‘우리는 폭도가 아니다!’라고 절규하며 투항을 포기하고 맞서다 처참하게 죽어간다.

 

그 죽음과 오버랩되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사진 한 장. 이 사진은 만일 이런 참혹한 일을 겪지 않았다면 있었을 강민우와 박신애의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평화로운 표정을 담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의 마지막 장면이다.

강민우가 생명과 사랑을 포기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것은 친구의 죽음에 분노하여 시위에 참여한 동생과 그런 동생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육의 현장에 남아 결국 전남도청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던 자신, 그리고 자신과 닮은 제2, 제3의 강민우들에게 이름붙여진 ‘폭도’라는 말로 부정된 자신들의 정당성과 양심이었음을 이 장면은 상징하고 있다.

역사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났던 사건의 진실을 세상에 밝혔다. 나는 이것이 민주주의와 역사의 힘이라고 느낀다.

지난달 26일 오전 파주출판도시에서는 ‘파주시 쓰레기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정책공청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공청회는 파주운정신도시에 설치 예정인 환경관리센터(이하 소각장) 설치를 반대하는 ‘파주 제2소각장 백지화 공동대책위원회’에서 주최했다.

 

이들은 소각장 설치의 타당성에 대해 파주시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파주시가 사업을 강행하자 쓰레기 문제 전문가, 교수, 언론인, 파주시 및 환경부의 정책 담당자, 시민들이 함께 파주시 쓰레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 속에서 소각장 설치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보는 정책공청회를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이날 공청회는 개회 40여 분만에 소각장 설치 찬성을 주장하며 공청회장 밖에서 집회를 하던 시위 주민들의 공청회장 무단 진입, 단상 점거, 행사 주최자들에 대한 폭언·폭행 등으로 무산되었다.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서 파주 제2 소각장 문제의 해법을 찾고자 했던 소각장 반대 주민들의 희망은 얘기치 않은 폭력사태로 산산조각난 것이다.

이날 공청회 무산과 관련해 숱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소각장 건설을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의 갈등으로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먼저 공청회장 밖에서 ‘제2 소각장 건립 찬성 집회’를 개최한 사람들에 대한 의혹이다. 이날 집회의 주최자는 파주시 문산의 이장단들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집회 전날 파주시 탄현면사무소 전화번호가 찍힌 문자가 주민들에게 보내졌다. 내용은 ‘제2소각장 설치 찬성 집회 참여 협조, 탄현우체국앞 집결, 버스탑승’이었다고 한다.

둘째, 공청회장에 난입한 사람들의 목적이 제2 소각장 설치를 찬성하기 위한 것인가에 대한 의혹이다. 공청회를 무산시킨 집회 참석 주민들은 공청회장에 들어서면서 “파주환경운동연합 해체하라!”는 구호와 함께 파주환경운동연합 의장의 이름을 부르면서 ‘물러가라!’고 외치며 의장 개인에 대해 조직적인 폭언과 폭행 등 공격을 가했다고 한다.

 

또 당일 현장에서 폭력을 행사한 주민들은 “왜 그러냐”는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이화여대 때문에 왔다” “나는 모르니, 읍장에게 물어보라”고 말하는 등 공청회 무산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가를 의심케 하는 행동들을 했다는 것이다.

셋째, 이 날의 폭력사태는 ‘누군가에 의해 의도된 것 아니냐?’라는 의혹이다. 제2 소각장 백지화 공대위의 주장에 따르면 이날 공청회는 파주시의 공공장소 사용 불허 등의 문제로 장소 결정이 늦어져 홍보가 금촌택지지구를 중심으로 매우 짧은 기간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의혹은 어떻게 문산 이장단들이 공청회장소를 알고 밖에서 집회를 한 것인지, 문산 이장단들이 개최하는 집회 참석을 알리는 문자가 왜 탄현면 사무소에서 발송되었는지, 당일 현장의 “읍장에게 물어보라”는 주민들의 말과 파주시장 비서실장 등 파주시 공무원들이 왜 현장에 있었는지 등 다양하다.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그 다음이다. 말 할 권리조차 침해되는 상황을 묵인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공청회 폭력사태와 관련해 의혹을 사고 있는 파주시는 진상 규명을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5·18 민주화운동의 교훈처럼 역사는 반드시 진실을 밝혀줄 것이기 때문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