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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아프간 인질사태 20일

이태호 <객원 논설위원>

아프가니스탄에서 의료 선교를 하던 한국인 23명을 지난달 19일 인질로 잡고 수감자들의 석방을 요구해온 탈레반은 인질 중 2명을 살해하고 계속하여 강경한 주장을 되풀이한 채 20일 이상 횡포를 부리고 있다. 우리는 극심한 공포에 떨고 건강을 상한 채 목숨이 그야말로 명재경각(命在頃刻)에 처한 인질들이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하는 동시에 탈레반에 대해 빠른 시일 안에 평화적 해결을 강구할 것을 강력히 호소한다.

탈레반 수감자들과 아무 관련이 없는 제3국의 평화적인 의료선교 봉사자들을 억류한 채 정치적, 군사적 주장을 되풀이하는 탈레반은 초점을 잘못 짚고 있다. 혹자는 미국의 책임을 거론하지만 3천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9·11 테러사건 이후 테러집단에 대해 강력한 투쟁을 선포하고 이러한 원칙에 따라 아프간사태에도 개입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테러집단의 지도자들을 인질을 교환하여 석방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군사적 원조를 받으며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반군의 요구에 굴복할 가능성 또한 낮다.

탈레반은 이제 요구조건을 변경할 시기가 임박했다. 그 방법의 하나가 9일부터 아프간에서 열리는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평화 지르가’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나름으로 투쟁의 명분을 가지고 있는 탈레반이 반군들의 저항에 비할 수 없는 가혹한 소탕전으로 인명을 마구 살상하는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대해 평화를 제의하거나 대규모 살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자신들의 궁극적 목표는 평화라는 것을 천명하고 그 증거로서 한국인 인질 21명을 석방한다면 광범한 지지를 획득할 것이다.

이 같은 전략과 별도로 탈레반은 한국 정부와 이면에서 직접 협상을 벌여 인질 석방의 조건으로 경제적인 조건을 내세워 협상이 완료되면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취할 수 있을 것이다. 탈레반은 자신의 명예를 높이면서도 인질들의 조국인 대한민국의 입장을 살리는 방향으로 결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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