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아침논단]‘비정규직 보호법’ 원칙해설 불가피

기업 비용절감 필연에 따라 이랜드 사태 반복 가능 여지
정부의 신속한 협의 유도와 노사 타협점 모색 노력 절실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보장 문제를 둘러싸고 촉발된 이랜드 사태가 2달을 넘어 장기화되고 있다. 시일이 흐를수록 사태의 실마리가 풀리기는 커녕, 노조측의 매장 점거 농성과 경찰력에 의한 강제 해산이 반복되며 사태는 악화되기만 하고 있다.

이것이 비정규직 보호법(본래의 법률 명칭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나, 통상 ‘비정규직 보호법’이라 부르고 있다)이 시행된 지 한 달 남짓된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의 현주소이다.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보호와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현실을 무시하고 이상에 치우친 나머지 그 훌륭한 입법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오히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것은 법률 제정 당시부터 일부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예고된 비극’이기도 하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기업들로 하여금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대우 하지 못하게 하고, 또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한을 2년으로 제한하여 그 이상을 사용하면 정규직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비용이 더 들더라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기간제로 고용하면서 2년이 되기 전에 근로자를 계속 교체하거나, 비정규직을 몽땅 해고하고 그들이 수행하던 업무를 아예 용역업체에게 맡기는 방법 중에서 어느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비정규직 보호법의 시행을 통해 추구하려던 당초의 목적은 기업들이 첫 번째 방법을 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업의 속성과 현실을 고려하지 아니한 이상일 뿐이었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으로서, 냉혹하고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기업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대우를 금지하는 법규정을 회피하면서 동시에 경상비를 줄일 수 있는 세 번째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따라서 비정규직의 대량 해고와 비정규직 업무의 외주화로 촉발된 이랜드 사태와 같은 일은 비단 이랜드만으로 그치지 않고 다른 산업현장에서 내일도 반복될 여지가 많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고용에서 구현된다’는 명제는 비용 절감과 경영합리화를 우선시하는 우리의 산업현장에서는 아직은 이상일 뿐이다.

결국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제정된 비정규직 보호법이 오히려 비정규직의 고용을 더욱 악화시키는 역설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없는 것인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현재의 비정규직 보호법을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정하는 것이겠으나, 그것은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만 가능하므로 당장은 불가능한 일이다. 우선은 정부와 기업이 비정규직 보호법을 본래의 입법 취지에 따라 원칙대로 해석하고 행동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이번 이랜드 사태에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회사측이 게산 업무에 대한 외주용역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적극적인 행정지도를 하지 않고 있다가, 노조원들이 매장 점거농성에 돌입하면서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보호법의 부정적 측면만 집중 부각되자 뒤늦게 공권력을 통한 강경 진화에 나섰다.

시기적으로 너무 늦게 개입하였을 뿐 아니라, 그러면서도 회사측의 입장만 두둔한 셈이 되어 중립성과 형평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이제라도 정부가 공평한 중재자로 적극 나서서 노사간의 협의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회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현행 법률의 근본 목적을 이해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근로자들도 투쟁 일변도에서 탈피하여 회사측과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대국적인 견지에서 자신의 입장을 조금씩 양보하여 상호 타협점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이다.

노생만 <변호사>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