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창룡문]견토지쟁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제(齊)나라 중신 순우곤은 제왕이 위(魏)나라를 공격하려 하자 이렇게 진언했다. “한자로(韓子盧)라는 매우 빠른 명견(名犬)이 동곽준(東郭逡)이라는 썩 잘 뛰는 토끼를 뒤쫓았사옵니다. 그들은 수십 리에 이르는 산기슭을 세 바퀴나 돈 다음 가파른 산꼭대기까지 다섯 번이나 올라갔다 내려오는 바람에 개도 토끼도 지쳐 쓰러져 죽고 말았나이다. 이 때 그것을 발견한 전부(田父 : 농부)는 힘들이지 않고 횡재(田父之功)했나이다.

지금 제와 위는 오랫동안 대치하는 바람에 군사도 백성도 지치고 쇠약하여 사기가 말이 아니온데 서쪽의 진(秦)나라나 남쪽의 초(楚)나라가 이를 기회로 전부지공을 거두려 하지 않을지 그게 걱정이옵니다.” 제왕은 이 말을 듣자 위나라를 칠 생각을 버리고 오로지 부국강병에 힘썼다.(‘전국책(戰國策)’ 참조)

2천300여년이 흐른 지금 대선 예비선거 과정에서 한나라당이란 동일 정치집단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견토지쟁을 벌이다가 함께 쓰러져 죽음으로써 구경하던 농부의 밥이 되고 만다면 이는 우행(愚行)의 극치요, 이적행위의 표본이라 할 것이다.

13일 오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캠프에 속한 김무성, 최경환, 이혜훈 의원 등 9명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건물에 있는 정상영 검찰총장을 면담하려 했으나 거절당하자 총장 접견실에서 자장면을 배달시키며 버텼다.

이들은 당내 경선 라이벌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의혹에 대해 16일까지 수사 결과를 발표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날 밤에는 이명박 전 시장 캠프측 이재오, 공성진, 정두언, 진수희 의원 등 8명이 이상은씨의 도곡동 땅은 제3자의 차명재산으로 보인다는 검찰의 중간발표를 비난하며 검찰에서 항의농성을 벌었다.

독재정권 아래서 야당의 선배들은 검찰을 ‘권력의 주구’라고 매도했건만 지금의 일부 야당 의원은 검찰의 칼을 끌어들여 동지를 베려하고, 이를 막기 위해 몸으로 항거하는 매우 이색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순우곤이 경고한 견토지쟁의 교훈이 뇌리를 스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