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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동대문시장의 밤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한국 의류의 메카인 동대문시장이란 서울 동대문 근처에 있는 의류시장권의 통칭이다. 즉 동대문 종합시장, 평화시장, 신평화시장, 동평화시장, 남평화시장, 제일평화시장, 청평화시장, 동화시장, 두산타워, 프레야타운, 밀리오레, 흥인스타덤, 덕운상가, 광희시장, 아트프라자, 혜양 엘리시움, 골든타운, 디자이너클럽 등 굵직한 상가 안에 빽빽하게 들어찬 가게 또는 공장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아시아의 패션을 선도하는 자부심으로 가득 찬 상권이다. 이들 시장은 낮에 영업하는 곳과 밤 8시부터 이튿날 새벽 3시까지 영업하는 곳으로 나뉜다.

평화시장의 재단사 전태일 열사가 1970년 11월 13일 노동조건의 개선을 요구하는 1인 데모를 벌이다가 “내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라”고 외치며 온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분신자살한 평화시장 골목은 번화가가 되었다. 당시 열악한 노동환경을 대표했던 ‘닭장’(다락)은 많이 없어졌다. 우중충한 건물들도 깔끔하게 단장돼 있다.

하지만 요즘 동대문시장 상인들은 어깨가 축 처져있다. 심한 불황으로 내수시장이 빈사상태에 빠진데다 값싼 중국산 의류가 물밀듯이 쳐들어와 인건비 부담을 안고 있는 동대문시장을 넉다운 직전까지 몰고 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을 닫는 가게들도 늘어나고 있다. 두산타워의 한 관계자는 어두운 표정으로 “한때 연간 2조원을 웃돌던 동대문 산 의류의 수출규모가 지금은 1조원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수출은커녕 국내에서 중국산을 상대로 방어전을 펴야 할 판이다.

의류공장들도 1970~1980년대의 상징이었던 10~20대 여공들이 저임금과 힘 드는 일을 기피하는 바람에 ‘할공’(할머니 여공)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그들은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해도 월 50만원도 못 받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는 소문이 자자하건만 한 벌에 1, 2만원 하는 싸구려 물건을 찾는 손님들이 왁자지껄한 가운데 동대문시장의 밤은 깊어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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