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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노예노동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인류의 양심은 노예제도를 폐지한 순간 되살아났다. 인간의 심성이 본래 선하다는 성선설의 주창자 맹자나 그것이 본래 악하다는 성악설의 신봉자 순자든 간에 인간을 노예로 부리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게 보았다. 그러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족한 인간 중 일부가 권력과 부를 세습하면서 같은 인간을 노예로 부리고 심지어는 그들을 사고팔았던 역사야말로 오만과 저주와 사악의 본보기였다.

1700년대에 영국의 노예무역 제도를 폐지했던 윌리엄 윌버포스는 양심의 표상으로 존경받고 있다.

미국의 흑인 작가 알렉스 헤일리는 ‘뿌리’라는 주목할 만한 소설을 통해 자신의 7대조인 쿤타킨데가 아프리카의 주푸레 마을에서 노예사냥꾼에게 잡혀 미국으로 팔려가 온갖 고통을 받으며 살아온 내력을 조명하고 있다. 그는 노예의 후손이라는 자신의 신원을 공개하면서 인권탄압의 반인륜적 작태를 인류의 양심을 향해 고발했다. 이 소설은 그에게 퓰리처상을 수상케 했으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우뚝 서게 했다. 우리나라에도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다가 파리처럼 압살당하거나 목이 잘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흔히 노예로 비유되고 있다. 일단의 사악한 인간들은 연고가 없는 불쌍한 사람들을 서해의 외딴 섬 부근에서 새우를 잡은 어선에 강제로 끌고 가 기아임금과 살인노동으로 혹사해서 큰 말썽을 빚은 일이 있다. 또 다른 악한은 대전시 대덕구 연축동에 있는 과수원에서 50대 후반의 정신지체 3급인 이모씨를 45년 동안 부리면서 한 푼도 주지 않아 24일 대전지방검찰청에 고발됐다.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 앞바다에 떠 있는 고레섬은 노예무역의 중심지로서 영화 ‘빠삐용’과 ‘뿌리’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유네스코는 세계 문화유산으로 이 섬을 지정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우리나라에서 일부 표독한 인간들에 의해 노예처럼 부림을 당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새우잡이 노예선에 붙잡힌 고아, 장기간 임금을 갈취당한 장애인 등도 세계 문화유산 후보를 찾는 유네스코의 눈초리에 포착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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