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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고유 파워브랜드 창출이 기업 이끈다

한국 기업 글로벌 경쟁시대 스피드·네트워크 구축으로
차별화된 새로운가치 창출 세계 산업시장 선도 해야

 

한국 기업은 이미 글로벌 경쟁에 노출돼 있다. 더 이상 우물 안의 개구리가 아니다. 삼성, LG, 현대 등은 전선의 맨 앞줄에 있다. 이들의 고민은 ‘어떻게 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느냐’이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불량품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국내경쟁에서도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쟁업체와 차별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별화 솔루션(해결책)은 무엇인가. 바로 새로운 가치창출이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 글로벌 파워 브랜드를 키우는 일이 바로 가치창출을 위한 혁신전략이다.

구매력이 없었던 시장을 소비가 왕성한 시장으로 만들어 내고 기존의 시장에 새로운 제품을 내놓아 조직, 인력, 문화를 혁신해 자기만의 고유 파워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치창출의 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큰 기업을 제압할 수 있는 차별화 된 스피드와 네트워크의 구축을 통해 그 기업만의 고유 파워 브랜드를 키우는 일이다. 중소기업이 어떻게 대적이 안 되는 큰 기업을 이길 수 있겠는가?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최우선의 기준은 스피드다.

 

가볍고 자유롭고 빨라야 한다. 13세기 몽골의 인구는 고작 100만명 하지만 칭기즈칸과 그의 자손들이 정복한 인구는 1억명. 한 사람이 무려 100명을 지배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군대에 있었다.

스피드의 군사적 가치가 이렇다면 산업적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세계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는 가격책정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자사만이 생산하고 있는 신제품이라면 상상을 초월하는 초과이윤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지난해 세계최초로 개발한 40나노급 32기가비트 낸드 플래시를 살펴보자. 이 반도체를 8기가 바이트짜리 제품으로 출시할 경우 초기에 150달러 정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 제품의 제조원가는 제품가격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연구, 개발(R&D)비용도 20%~30% 가량이다. 나머지는 모두 순이익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스피드의 가치다. 경쟁사들이 이 스피드를 따라잡기 전까지는 항상 이기는 게임을 할 수 있다.

작은 것이 큰 것을 제압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원동력은 네트워크다. 몽골군은 점령지역에 40㎞의 거리마다 역을 세우고 말과 식량, 물자와 전투장비 등을 배치했다. 역참과 역참 사이에는 소식을 전하는 파발꾼을 임명했으며 모든 점령지를 거미줄과 같은 네트워크로 연결했다. 파발이 갖고 다닌 패자(牌子)는 몽골제국 어디서나 통용되는 신분증이었으며 앞을 막으면 누구라도 벨 수 있는 강력한 권한까지 보장하는 것이었다.

 

몽골의 지도자들은 정보전달의 속도가 제국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처럼 신속한 병참라인이 없었더라면 몽골군은 유럽에서 아시아까지 6천㎞에 이르는 제국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네트워크는 또한 몽골군의 스피드를 가능케 하는 인프라이기도 했다. 몽골의 파병제는 1579년에 파발제를 도입했던 조선보다 300년이나 앞섰던 것이었다.

기업조직에서 네트워크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은 미국의 델 컴퓨터 이 회사는 반도체 부품생산 포장 배송 애프터서비스 분야의 외부 전문기업들을 정교한 네트워크로 통합해 하나의 기업처럼 움직이는 조건반사형 조직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PC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함으로써 IBM과 같은 전통의 강자들을 시장 밖으로 쫓아버렸다.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도 네트워크를 활용해 성장한 대표적인 산업이다. 특히 한국의 게임업체들은 게임은 혼자서 하는 것이라는 상식을 파괴하고 모르는 사람들을 온라인에서 네트워크로 연결해 단숨에 수조원대의 산업으로 키웠다. 넥슨을 창업한 김정국 넥슨홀딩스 사장은 혼자하거나 1대1 정도가 고작이었던 게임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여럿이서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바람의 나라’를 1996년에 개발했다.

 

‘바람의 나라’는 동시에 10만 명이 접속하는 등 인기를 끌었고 이후 네트워크에 착안한 다수의 온라인게임이 나오는 계기가 됐다. 이후 한게임, 리니지 등 온라인게임 히트작들이 나오면서 게임영역에서 변방이라 할 한국을 세계 게임의 중심지로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날로 심화되는 글로벌 경쟁에서 자기만의 스피드와 효율적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고유 파워 브랜드의 창출만이 기업의 흥망성쇠를 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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