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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벼룩의 간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위생이 불량하거나 인파로 북적대는 곳에 시도 때도 없이 창궐해 사람들을 따끔따끔하게 물어 피를 빨아먹고 냅다 뛰는 벼룩. 이 곤충은 피를 빨기 좋게 입이 뾰죽하고 날카로우며 몸길이가 2~4mm밖에 안되지만 몸의 100배 가량 뛰어오를 수 있을 정도로 다리가 강하다. 하지만 벼룩은 몸 안에 간(肝)이 없는 대신 지방과 소화관과 혈액에 있는 효소로 에너지를 보존하고 화학물질을 분해한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 “벼룩 꿇어앉을 땅도 없다” “벼룩의 등에 육간대청을 짓겠다” “벼룩의 간을 내어먹는다”는 등 벼룩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속담은 모두 옹색한 상황을 빗대 폐부를 찌르는 비유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앞의 세 속담은 사람이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공간을 상정해 웃음을 자아내게 하지만, 뒤의 한 속담은 보이지 않고, 또한 볼 수도 없는 벼룩의 간에 견주어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들의 행태를 꾸짖고 있다.

전남 목포시의 사회복지 분야 7급 공무원인 한 여성은 지난 4년간 근무한 3개 동사무소에서 국민 기초 수급자 90여명에게 지급된 생계비 225건, 1억3천592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29일 경찰에 고발됐다. 개인회생 절차가 중단돼 계좌에 남아있거나 채권자의 계좌번호 오류로 송금이 보류된 보관금을 자신의 계좌로 옮기는 수법으로 1억5천여만원을 빼낸 법원 사무관이 지난 7월 구속됐다. 주요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아르바이트 회원을 모집하고 있는 일단의 모리배들은 대학생들에게 일을 시키고도 돈을 주지 않거나 수당의 일부를 가로채는 식으로 괴롭히고 있다.

신이면서 사람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는 “여우도 굴이 있고 새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 둘 곳조차 없다”고 탄식한 바 있다. 예나 지금이나 어진 사람은 핍박받는다. 힘이 없고 불쌍한 사람들을 소문 없이 돕는 사람이 진짜 의인이다. 이와 반대로 약자를 등치고 괴롭히는 부류는 영장류로서는 말종(末種)에 속하고, 도덕적으로는 벼룩과 같은 해충(害蟲)에 해당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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