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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멧돼지 소탕론, 그 후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민주신당의 대선 예비 주자 중 한 명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8월 21일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멧돼지를 공수특전사를 동원해서라도 소탕하겠다는 요지의 공약을 발표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유시민씨의 발상은 우스꽝스럽지만 기발한 면도 없지 않다. 그의 멧돼지 퇴치론이야말로 재야시절에 ‘거꾸로 읽는 세계사’란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를 만들기도 했던 유씨의 튀는 재치를 반영한다.

멧돼지는 수확철을 앞둔 농촌의 작물을 마구 쓰러뜨리고 파헤쳐 포식할 뿐 아니라 비닐하우스까지 뚫고 들어가 농민들이 땀 흘려 가꾼 과일과 채소들을 훔쳐 먹고 있다. 워낙 힘이 세고 동작도 빠른 멧돼지를 사람이 맨손으로 쫓아내기란 어렵다. 그래서 지자체와 농민들은 올무, 그물망, 전기울타리 등을 쳐서 이 난폭한 동물을 쫓기도 하고 허가를 낸 사냥꾼들로 하여금 사살 또는 포획케하는 등 비상수단을 쓰고 있다. 지난해 멧돼지로 인한 피해액은 35억원, 허가를 받고 잡은 멧돼지는 3천779마리다.

멧돼지들이 농촌에서 아무리 출몰해 농민들을 괴롭힌다한들 특전사 장병들을 동원해 멧돼지와 맞서게 하자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전사는 적을 소탕하기 위해 존재하는 특수부대지 겨우 멧돼지를 상대할 전력은 아니다. 특전사 장병들이 발끈한 것은 당연하다. 유시민씨가 군을 희화한 측면도 엿보인다. 아니면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그가 기이한 공약으로 인지도를 높여보려는 계산을 하고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겠다.

CBS가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9일 전국 19세 이상의 성인 남녀 5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시민씨의 특전사 동원 멧돼지 퇴치 공약에 대해 ‘군 본연의 임무에 맞지 않으므로 반대한다’가 50.3%, ‘농촌 현실을 감안했을 때 좋은 생각으로 본다’가 31.8%로 나타났다. 아무튼 유씨는 멧돼지 공약으로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지 못했지만 특이한 화두로 짭짤한 재미를 본 것 같다. 이제부턴 특전사 아닌 멧돼지 소탕 전문가 집단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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