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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국정원장의 얼굴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어떤 정보기관의 장도 비밀의 장막 속에서 특수한 업무를 진행한다.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전문가 집단은 정치인, 연예인, 스포츠맨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러나 세계의 모든 정보기관은 비선을 두고 첩보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대책을 마련한다. 만일 어떤 나라에 공개된 정보기관이 있다면 그것은 상대방에게 매수 또는 조종 당하고 있는 허수아비거나 의도적으로 그러한 정보기관이 존재하는 것처럼 상대방을 속이기 위한 역정보의 산물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보기관은 한국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 등 정권의 운명과 더불어 이름을 바꿔가며 존립해오고 있지만 의욕과 업무의 양으로 볼 때 중앙정보부 시절에 가장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박정희 정권 때 인권탄압의 선봉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던 중앙정보부의 표어는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것이었다. 중앙정보부는 조직의 장은 물론이고 일선 요원까지 철저히 신분을 숨기고 활동했으며 적지에서 활동하다가 발각돼도 훈련 받은 대로 비밀을 지키다가 죽어가는 것을 보람으로 여겼다.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 때 김만복 국정원장이 현장으로 달려가 기자들과 만나고 언론에 노출될 정도로 활약했고, 인질사태를 협상으로 해결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거액의 몸값을 지불케 했다는 보도가 외신에서 흘러나오고 있으며, 이러한 협상 자세가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2일 두바이발 비행기 안에서 ‘선글라스맨’으로 알려진 대테러 협상요원과 나란히 앉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까지 언론에 공개됐다.

노무현 정권의 레임덕 기간 중 국정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이 정권과 운명을 같이 하겠지만 정보기관의 우두머리로서의 관례를 깨는 행보로 인해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보기관의 장은 그늘에서 움직여야만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은 철칙이다. 언론에 부각돼 얼굴이 밖으로 널리 알려지는 정보기관의 장이라면 정치인, 연예인, 스포츠맨 등과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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