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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탈레반 인질석방 협상이 남긴 과제

테러협상 국제사회 신뢰도추락 세계정책 적극 참여 부채 떠안아
공격적 선교방식 반성·재점검 외국 거주 교민 안전확보 시급

 

탈레반에 억류됐던 인질들이 모두 풀려났다. 비록 두 명의 목숨을 빼앗기기는 했지만 우리 국민들과 정부로서는 한 마음 한 뜻으로 최선을 다했던 협상이었다.

 

그러기에 나머지 인질들의 무사귀환과 동시에 그 책임소재를 묻는 여론이나 개신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이제 인질들의 무사 석방을 기원하며 매일을 하루같이 마음 졸였던 저 40여 일간의 악몽은 잊어버리자. 대신 우리 앞에 새롭게 주어진 숙제들을 하나씩 검토해 봐야 할 때다.

그중 가장 주목해야할 대목이 우리 정부가 앞으로 국제사회에 부담해야 할 눈에 보이지 않는 부채가 아닌가 싶다. 우리 정부로서는 이번 대면협상에서 잃어버린 게 너무 많다. 우선 국제사회에 대한 신뢰도 추락이다.

 

누가 뭐라 해도 우리는 테러집단과 공식적인 협상을 한 최초의 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그동안 미국 등 여러 나라들이 테러단체와 다각도의 협상을 통한 자국민 구출의 선례를 남기기는 했지만, 이번에 우리처럼 정부가 앞장서서 드러내놓고 협상을 한 전례는 없었다.

우리 정부가 아무리 대면협상이라는 용어 대신 대면접촉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테러단체 대표와 우리 정부 대표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언론의 인터뷰에 응한 모습은 당혹스러웠다. 테러단체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국제 사회의 불문율을 깨버린 만큼 앞으로 더욱 빈발해질 추가 납치나 추가 테러에 대해 많은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테러집단들은 이번 인질사건을 교본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상당한 학습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외신은 탈레반 지역사령과의 말을 인용해 탈레반이 앞으로 인질 납치를 통한 목적달성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전한다. 우려할만한 일이다. 앞으로 또다시 발생하게 될지 모를 납치나 테러에 대해 우리는 세계 많은 나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감내해야 한다.

 

또 대테러 전쟁이나 테러확산 방지를 위한 각종 세계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부채를 안게 됐다. 전비부담 요구를 거절할 명분도 빈약하다. 많은 협력을 아끼지 않은 중동국가들에 대한 외교적 부담도 크다. 납치 초기부터 지금까지 탈레반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해온 미국에 대한 부채의 규모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테러단체와 협상하는 우리 정보당국 요원의 얼굴이 언론에 공개되고 피랍사태 해결을 위해 아프간에 집결한 우리 국가정보원 요원들의 실체가 외국 정보기관에 그대로 노출된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음지에서 일해야 하는 정보요원들의 신상이 노출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요원들의 행동반경이 좁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숙달된 고급 요원들을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대체 인력을 투입하기까지 많은 시간적 물질적 손실이 예상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우리나라의 정보력 약화로 직결된다. 정보력이 떨어지면 국익이 손상된다.

사실 우리 정부로서도 날이 새고 나면 국민의 목숨이 떨어져 나가는 절박한 상황이라 앞뒤 가릴 형편은 아니었을 것이다. 또 국제사회의 원칙을 따질 한가한 입장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테러단체에 대응하는 단계적 전략이 철저하게 수립돼 있었다면 우리의 외교적 피해를 최소화하며 사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적어도 조기철군이나 선교중단의 약속과 같은 우리가 내걸 수 있는 명분 있는 협상카드를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불쑥 내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태 초기부터 대통령이 개입해 탈레반의 기대감만 부풀렸다는 지적도 많다. 대통령 특사까지 파견해 아프간 정부를 압박했을 때 우리 정부가 아프간 정부에 약속했을 대가도 상당했으리라 추측된다.

개신교의 공격적 선교방식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이슬람권 국가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선교행태도 철저히 재점검해야 한다. 우선 발등의 불로 인식해야 할 사항이 해외에 체류하고 있거나 해외를 여행하는 우리 국민들의 안전이다. 테러집단이나 범죄집단들이 자칫 한국인들을 납치하면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 주는 것을 보고 모방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당장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교민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국민들도 정부의 여행제한 요구를 무시한 무책임한 행동이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것인지 똑똑히 인식했으므로 앞으로는 여행금지 국가나 여행제한 국가에 대한 무리한 여행을 자제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숙제로 남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목숨을 빼앗기고 엄청난 외교력을 낭비한 대가치고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나 값비싼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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