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창룡문]말벌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뱀과 악어를 보면 닭살이 돋으며 몸서리치는 사람이 많다. 아프리카에서 전교하면서 낡고 엉성한 집에서 원주민과 똑같이 생활하는 한 가톨릭 신부는 어느 여름밤에 자던 중 다리 부분이 서늘한 느낌이 들어 가만히 일어나 관찰하니 모포 밑에 맹독성 코브라가 기어들어와 있어서 오싹했다고 말한다. 이와는 달리 적지 않은 사람들은 벌들을 보면 침이 있기에 일단 경계하지만 꿀을 만드는 놈도 있기에 혐오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나운 말벌들의 맹렬한 공격을 받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사람은 어디선가 ‘윙’하는 소리만 나도 벌벌 떤다.

지난달 31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곡동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2살짜리 손자와 5살짜리 손녀와 함께 산책을 하던 권모(59) 할머니가 손자 손녀가 말벌 떼의 공격을 받자 아이들을 감싸 안아 보호하다 온몸이 벌에 쏘여 숨지고 말았다. 해마다 추석 무렵이면 조상의 묘를 벌초하거나 성묘하는 사람들이 말벌 집을 잘못 건드려 말벌 떼들의 독침에 만신창이가 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특히 사납기로 유명한 장수말벌의 공격을 받은 사람은 현기증, 호흡곤란, 마비, 의식상실 등의 심각한 증상이 일어난다. 기도가 폐쇄된 사람은 인공호흡을 해야만 살릴 수 있다.

소방방재청 당국자들과 양봉업자들은 말벌이 떼를 지어 달려들면 얼굴을 가리고 자세를 낮게 해 텐트, 숲속, 실내 등 어두운 곳으로 대피할 것, 벌초할 때는 살충성분 스프레이, 알레르기 독 제거제인 항히스타민제 등을 준비할 것, 말벌에 쏘여 정신을 잃은 사람은 119구조대를 통해 급히 병원으로 옮길 것, 말벌 집을 발견하고 위험이 예상될 때는 그곳에 에프킬라 등을 뿌리자마자 불을 붙여 화염방사기와 같은 위력으로 몰살할 것 등을 예시한다.

사람이 세상을 살다보면 언제 어디에서 위험을 맞을지 모른다. 말벌들은 사람이 자기들을 공격하려는 것으로 착각하거나 실제로 건드릴 때 보복해오고 있다. 우리는 산에 오르거나 들을 거닐 때는 앞을 응시하면서 말벌들의 보금자리를 걷어차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상책일 듯하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