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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역사 연구·교육강화의 필요성

역사 뒤집는 日 태도에 대처
우리역사 정의 소중함 가르쳐야

 

히틀러의 ‘나의 투쟁’은 한때 독일의 이성을 마비시켰지만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은 한 구절로 요약될 수도 있다. “민족주의적 세계관은 결코 인종의 평등을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가치에 우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러한 인식에서 이 우주를 지배하고 있는 영원한 의지에 따라 우자(優者) 또는 강자의 승리를 추진하고 열자(劣者)나 약자의 종속을 요구하는 것이 의무라고 느낀다.”

그 논리에 따르면 일본이 한때 우리를 지배한 것도 강자와 약자의 의무로서의 역사가 되고 만다. 일본은 벌써부터 그들의 침략행위들은 이야기하지 않고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에 기념관을 세워 “봐라, 우리는 이러한 슬픔을 겪었다”고 가르치고 있다.

우리는 단순하고 순진하다. 아베 신조가 일본의 총리로 등장했을 때 순박하고 스마트하게 보이며, FM 방송 DJ 등 경력이 화려하고 더구나 ‘겨울연가’를 보고 몇 마디 한국어를 배웠다는 그의 부인이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기사도 보였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아베는 “종군위안부는 지어낸 이야기”라는 기막힌 주장을 한 사람이다. 그에게 묻고 싶다. “그럼, 아직은 더러 생존한 이른바 그 ‘종군위안부’들이 “저요, 저요!” 손을 들어놓고 지금은 딴소리를 한다는 말인가!”

아베는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의 열렬한 신봉자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이고 아베 신타로 전 외상의 아들이다. 그는 총리로 나서면서 ‘아름다운 나라 일본’(사실은 강력한 일본)의 기치를 내걸었고 “세계 모든 나라로부터 존경받는 아름다운 일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으며, ‘헌법’과 ‘교육기본법’ 개정을 전략으로 했다. 경제력에 걸맞은 군사력을 갖추고 국제사회에서 상응하는 발언권을 인정받겠다는 것, 일본 역사를 부정적으로(사실은 제대로) 묘사하는 기존 역사관을 뒤집겠다는 것이 그 의도이다. 그래서 요즘 아베의 인기가 추락하지 않았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본에는 제2, 제3의 아베가 얼마든지 있다. 일본은 그리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다. 극동연구가 헨리 노먼은 일본이 동양의 다른 나라와 유일하게 다른 점은 “인류가 지금까지 고안해 낸 명예에 관한 규칙들 중 가장 엄격하고 가장 숭고하고 가장 정확한 것이 국민들 사이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단언했다.

우리는 ‘단호한 대처’를 선호한다. 어떻게 대처해야 단호한 것이 될까.

그런 일이 일어나면 당장 일장기를 불사르고 촛불시위를 벌이는 한편, 유명한 학자가 신문에 투고하고 방송에 출연한다. 역사연구와 역사교육을 강화한다.

진실은 변하지 않고, 일본에도 ‘독도는 한국의 섬’이라는 주장을 하는 학자가 있으므로 그들을 지원하고 잘 이용한다. 국제사회가 ‘독도는 한국의 섬’이라는 분명한 입장을 바꿔 “글쎄, 두 나라가 잘 협의해 그 주인을 결정해야 할 섬”이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기막힌 변화’를 인정하고,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국력을 키우는 데 전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중요한 일은 또 있다. 우리 역사를 멋지게 쓰는 일이다. E. H. 카는 역사란 “역사가와 역사적 사실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우리가 가르치는 이 아이들이 우리 역사를 멋지게 쓰게 하려면 우선 우리가 우리 역사를 멋지게 가르쳐야 한다.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멋지게 가르치는 것일까. 역사 교사를 많이 뽑고, 역사 교과를 독립시키고, 역사 시간을 늘리면 해결되는 것일까. 그것이 최선이라면 차라리 얼마나 단순한 과제인가.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을 겪고 생생하게 기억하는 인물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오늘 우리가 가르치는 이 아이들이 장차 우리의 역사를 더 확실하게 기술하고, 나아가 일본인들이 그들의 역사와 그들의 정의처럼 우리 역사, 우리의 정의도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하도록 설명하는 일이 그렇게 단순하다면 교육은 얼마나 단순하고 쉬운 일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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