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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석의 작가탐방<29>-이희중의 예술세계

 

獨 유학때 동양서 온 학생들이 ‘한국의 화가들은 세계미술 사조만 좇아간다…’는 비판의 소리를 들었어요.

자존심이 상하더군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다가 전통적인 소재가 가장 한국적인 걸 알게 되었죠”

 

우리네 감흥 그리는…한국의 화가

그는 뚝배기처럼 투박하고도 소박하며 남다른 예리함과 사려 깊음이 있다

그는 옹골스런 예술철학으로 세계미술 속에 우리네 정서를 그려내고,

그의 작품에는 한국의 진솔함과 여유, 아름다움, 그리고 해학이 있으며

어김없이 등장하는 소나무, 동산, 꽃들은 진정한 우리미술의 의미를 숙고하게 만든다.

 

 

 

3년 전에 프랑스 어느 미술대학의 미술이론가가 우리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는 필자에게 우리나라 미술 문화인들이 열등감에 사로잡혀있다고 말하였다. 아울러 우리나라 미술과 문화에는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가 없음도 지적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의 서양화는 우리의 냄새를 풍기지 못하며 자신들의 몇 년대 그림과 같다고 하였는데 내심 불쾌했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봤을 때 그의 이러한 폄하의 말을 무조건 기분 나쁘게만 받아들일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미술인들이 세계적인 흐름을 공유하면서도 감성적인 기교에 너무 빠져 우리 문화의 정서가 담겨있는 우리 냄새가 나는 그림을 그리는 데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그림의 대부분이 서양의 그림과 너무 흡사하거나 혹은 진부한 것을 고수하는 것은 미술의 발전에 커다란 걸림돌이라 할만하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희중의 예술세계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80년대 중반 독일 유학시절에 한국의 미술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자신의 작품과 연계시키는 데 많은 고민을 해왔다. 그래서인지 이희중의 작품이 한국인들에게는 낯익은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그의 그림을 좀 더 진지하게 살펴보면 한국의 산과 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흥미롭게 재구성하여 독특함과 독창성이 담긴 그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적인 감성과 소재가 작가의 독특한 시각에 의해 수준 높은 미감을 지닌 흥미로운 형상으로 변화하였다. 세계적인 흐름을 타면서도 우리의 정서까지 공존하는 그림인 것이다.

필자는 그의 그림의 이런 부분과 아울러서 독특한 형상미에도 흥미를 가져왔었다. 따라서 그의 작업 공간에 대해 많은 궁금함을 지닌 채, 최근에 이사한 구기동의 작업실을 찾았다. 빼곡히 쌓여있는 많은 작품들이 그의 그림에 대한 열정을 넉넉히 짐작케 하였다. 그의 작업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구상 작업인데다가 특히 우리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작업이기에 많은 시간을 요한다는 걸 감안한다면 보기보다 더 많은 작업량이라 할 수 있다.

작년에 이희중은 작업에 몰두하다 과로로 쓰러졌는데 걷는 것은 물론 일어날 수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고 한다.

재기하는 데 소요되는 세월이 희망적으로 생각해도 최소한 삼사년이라고들 했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은 그를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다.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되었고 일 년 만에 다시 정상인으로 돌아와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이러한 강인한 의지만큼이나 변함없이, 세계의 미술 경향에 부합하면서도 한국인의 냄새가 배어있는 그림을 그리는 데 열중하고 있다. 작가 이희중은 한국미술인들이 진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한국성’에 예술적인 비중을 크게 두는 진짜 한국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는 주변에서 인정해주지 않고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아도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그림을 그린다.

“독일 유학 일 년쯤 되었을 때 동양에서 온 유학생들이 우리나라 미술 작품을 비판하는 걸 들었어요. 한국의 화가들은 독창성 없이 세계 미술 사조만 좇아간다.’는 이야기였어요. 자존심이 상하더군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다가 우리나라 사찰 미술, 도자기, 목기, 자수 등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그때부터 전통적인 소재를 가지고 현대화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독일 유학 때부터 오히려 한국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작가는 뚝배기처럼 투박하고도 소박하다. 또한 그에게는 남다른 예리함과 사려 깊음이 있다.

그는 ‘한국 미술의 80%가 불교미술’이라고 생각하여 이를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극대화시키는 데에 커다란 관심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확고한 예술철학을 기반으로 세계미술 속에서 한국미술의 위상을 제대로 보고, 가장 한국적인 것을 위해 작가적인 사명감과 장인정신으로 부단히 창작하는 한국의 화가가 의외로 드문 게 우리 화단의 현실이라 하겠다.

이렇듯 이희중의 그림에는 우리 마음속의 향수를 달래주고 우리들의 정서와 감흥을 담을 수 있는 여유와 정감 그리고 아름다움이 있다. 게다가 어느 시골의 한 어귀에서 볼만한 평화로움과 정겨움마저 담겨있어서 마치 가족이나 친구 혹은 연인과 같은 그림이라 하겠다. 그러기에 거기에는 진솔함과 여유 그리고 해학이 머물러 있다.

또한 그의 작품에는 소나무, 동산, 전통 가옥 등 우리의 정서가 물씬 풍기는 친근한 소재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러한 소재들은 작가가 독일 유학 때부터 우리의 정서가 담긴 한국적인 조형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만들어 낸 것들이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고 친근한 소재들이기에 누구나 조형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만 같으면서도 쉽게 그릴 수 없는 독특함이 담긴 것이다.

필자가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할 때의 주된 테마는 창고 속에 묻혀있는 우리의 불교 미술을 현대화 시키는 작업이었다. 이후 많은 그림 그리는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세계성과 한국성을 두루 갖추면서 진정으로 깨어있는 작가는 그다지 만나지 못하였다.

자신의 작업세계가 어디에 있는 지조차도 모르는 화가들이 대부분인 게 우리 미술계의 현실이라면 아마도 믿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희중의 작품을 통해서 진정한 우리 미술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숙고해야 할 것이다. ■ 글=장준석(미술평론가)

[약력]

홍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학과 졸업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 졸업(마이스터 쉴러)

[경력]

개인전 26회

(독일 12, 서울 12, 부산 1, 대구 1)

1989, 93, 95, 98, 99, 2000, 2001, 2005년 서울화랑미술제

1995, 97년 광주비엔날레

1999, 2001 마이애미 아트페어 (미국)

2001년 NICAF (일본)

1993, 2003년 청담미술제

2003, 04, 05, 06, 07년 KIAF

2004년 북경 아트페어 (중국)

2005년 북경아트엑스포 (중국)

2006년 부산시립미술관

2007년 아트펀드스타작가전

2007년 시드니 아트페어(호주)

■ 현재

용인대학교 회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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