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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이혼 후 자녀책임, 아내만의 몫인가

작년 양육비 지원 13%불과 생계 여성가구주 비율 증가
빈곤 여성화 사회문제 확산 대안모색·민법개정안 시급

 

아는 이중에 이혼하고 홀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여성이 있다. 이혼을 원하지 않던 남편은 ‘자신이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끊임없이 강조하며 이혼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이혼판결이 나고 양육권이 여성에게 주어지자 한없이 샘솟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은 한 순간에 사라졌다. 여성에게 경제력이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사랑하는 아이들의 최소한의 생계비인 양육비를 지불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16일 서울가정법원에서는 의미있는 판결이 있었다. 이혼 후 고의로 전처에게 자녀의 양육비를 주지 않은 아버지에게 법정 최고한도인 ‘30일 감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동안 이혼여성가정은 이혼당시 법적으로 양육비를 보장받아도 양육비 지급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남편이 연락을 끊거나 재산을 숨길 경우 부담을 고스란이 떠맡아야 했다. 이번 판결은 양육의 부담을 혼자 질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에게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을, 자녀를 위한 최소한의 책임마저 외면하는 남성들에게 따끔한 경고를 준 판결이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엄마는 아이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로 인식된다. 육아는 당연히 엄마의 몫이다. 이혼과정에서도 이러한 믿음은 엄마에게 양육권을, 아빠에게 양육을 위한 비용을 지불하도록 한다. 그러나 정작 경제력도, 실제 필요한 경비도 상관없이 책정되는 아동 1인당 월 30만~50만원의 양육비를 제대로 낸 비율은 2006년 13%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양육의 부담과 양육을 위해 필요한 비용 대부분을 여성들이 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한해동안 12만8천500쌍이 이혼을 했고, 가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가구주의 비율은 2006년 19.7%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소의 ‘한국의 이혼실태와 이혼가족 지원정책 연구’에 따르면 이혼 여성가구는 이혼 다음연도 소득이 이혼 전년도보다 평균 359만4천원 감소해 남성 이혼가구(81만4천원)의 무려 4배가 넘는 소득 감소액을 보였다고 한다. 또 다른 보고서는 전체가구 중 여성가구주의 비율은 18.5%인데 비해 빈곤가구 중 여성가구주의 비율은 45.8%였다. 특히 빈곤율은 여성가구주는 같은기간 8.3%에서 16.9%로 크게 증가한데 반해 남성가구주는 1.8%에서 6.4%로 상대적으로 낮고 여성가구 중 빈곤가구 비율은 21%로 남성가구중 빈곤가구율 7%에 비해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 빈곤의 여성화현상강화를 지적하고 있다. 실제 이혼여성 10명 중 6명 이상은 안정된 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저소득층과 차상위계층 등 빈곤층에 속해 있다고 한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양육비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민법 및 가사소송법 개정안’이 법무부에 의해 제출돼 있다고 한다.

이 개정안은 양육비 분쟁이 급증하는 현실을 반영해 협의이혼을 할 때 자녀 양육사항을 합의한 내용을 담은 이혼 합의서를 법원에 제출토록 의무화하고, 합의서를 근거로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양육비를 지급할 사람의 급여에서 일정액이 정기적으로 빠져나게끔 하거나 월급생활자가 아닌 경우에도 양육비 지급에 필요한 담보를 제공하도록 해 양육비 제도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제 빈곤의 여성화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아동의 복지와 연관된 일이며 나아가 사회전체의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양육의 문제, 빈곤의 여성화에 대한 심도깊은 대안 모색과 함께 계류중인 민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해 미국의 이혼문제 전문가 캐럴 윌슨은 한 언론에 쓴 글을 통해 ‘이혼할 때 부부가 재산을 똑같이 분할해도 실제로는 여성에게 불리하다’는 주장을 했다. 그녀는 “법원이 부부의 재산을 50대50으로 분할하지만 이는 남편의 직장이라는 부부의 중요한 재산을 간과한 것”이라며 “여성은 결혼 후 육아문제로 자신의 직장 경력을 쌓는데 소홀할 수 밖에 없고, 남성은 결혼 뒤에도 일에 매진, 근속연수와 건강ㆍ장애 보험 등 각종 보이지 않는 재산을 형성하는데 이런 부부의 공동재산이 이혼과 함께 남성에게만 귀속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여성이 불리하다”고 했다.

우리가 양육의 문제와 빈곤의 여성화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윌슨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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