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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점오배족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대구에 사는 택시 기사 정모씨는 유머 감각이 뛰어나 한 일간지에 소개된 적이 있다. 즉 그는 손님이 차에 타면 차를 세웠을 때의 손 모양을 끌어들여 유머를 시작한다. “손님! 손가락 두 개를 펼치면 요금이 따블(두배)인 거 아시죠? 손님은 다섯 손가락을 흔들며 택시를 잡으셨으니 요금을 5배 내셔야 합니다”라고 웃긴다. 심야에 귀가를 서두르는 취객들이 택시 정류장에서 “따블! 따블!”하고 소리 지르면 경쟁 택시들이 몰려든다. 돈을 더 준다는 걸 싫어할 사람은 없으리라.

민족의 대명절인 설이나 추석 연휴 때 가게를 열어야 할 사정이 있는 주인은 귀향해버린 종업원을 대신해 일할 알바생(부업일꾼)을 구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따라서 가게 주인들이 몇 해 전부터 정해진 품삯의 1.5배, 즉 반을 추가해서 지급하는 관례를 수립했다. 청년 백수들은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 봐야 친척들로부터 취직 건으로 질문 받는 곤경을 피해서 짧은 기간이나마 ‘점오배족’이 돼 일한다.

취업난이 심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고용사정이 불안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2007년 3월 현재 정부가 577만명(36.7%),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879만명(55.8%)으로 추산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100만명이 넘는 청년 실업자들이 목숨을 걸고 취직시험에 대비하고 있다. 주요 공사나 대기업 임원들이 월 5천만원을 받고, 잘 나가는 회사 직원들이 추석 보너스로 1천만원을 받는 상황에서 청년 실업자들이 고용사정을 악화시킨 정부에 대해 불만 내지는 반감을 갖는 것은 이해할만하다.

점오배족은 다른 사람이 명절을 즐기는 시각에 외롭게 땀 흘려 돈을 더 벌려는 눈물겨운 결단의 소유자들이다. 이들이 머지않아 바늘귀만한 취업의 문을 통과해 능력에 합당한 봉급을 받고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개인도, 가족도, 사회도 환영할 것이다. 임시로 1.5배의 수당을 받는 점오배족이 다른 사람보다 연봉이 1.5배 많은 직장으로 취업하면 금상첨화의 기쁨을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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