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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잔다르크 증후군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프랑스 불세출의 애국자요, 가톨릭이 공인한 성녀인 잔 다르크를 모르는 지식인은 별로 없다. 모든 서양 역사서가 그녀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으며, 문인 또는 영화 제작자들이 그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예술작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그녀는 1429년의 어느 날 “프랑스를 구하라”는 신의 음성을 듣고 샤를 황태자를 찾아가 그 뜻을 전한 후 그에게서 받은 군사를 이끌고 영국군을 물리쳐 오를레앙을 해방시켰다. 잔 다르크는 샤를왕 측근들의 질시와 견제를 받아 콩피에뉴 전투에서 사로잡혀 영국군에게 넘겨졌다.

그녀는 1431년 종교재판에서 이단으로 호려 마녀로 낙인찍힌 끝에 극심한 고문을 받고 마침내 루앙에서 화형(火刑)을 당했다. 목숨을 아끼지 않은 애국자요, 독실한 가톨릭 신앙인이며, 순결한 동정녀였던 그녀가 어찌해 그렇게 처참한 죽음을 당했던가. 중세 가톨릭의 일부 맹목적 충성분자들이 같은 신앙인을, 특히 여성들을 ‘마녀사냥’이란 광풍(狂風)의 희생물로 삼았던 것이다. 가톨릭은 이 재판의 오류를 인정하고 1920년에 그녀를 성녀로 시성했다.

우리 사회도 잔 다르크를 여러명 배출하고 있다. 민주당 정권시절에 잘 나갔던 추미애씨가 추 다르크로, 이효리처럼 인기가 있다 해서 강효리란 별명을 얻었던 강금실씨가 나중에는 강 다르크로, 심지어는 박사학위를 조작하고 출처가 불분명한 돈을 마구 쓴데다가 경국지색(傾國之色)으로 떠오르며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신정아씨마저 신 다르크를 자칭하는 판이다. 그녀들은 스스로 각종 다르크를 자처하거나, 측근들이 아부 차원에서 그러한 이름을 지어 선물하고 있다 한다.

성은 자기 혈통을 지키되 이름만 잔 다르크를 끌어들여 대리만족을 하는 사람들은 잔 다르크처럼 권력이 아닌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거나, 세속을 초월한 거룩한 삶의 표양을 보이지 않은 채 아무개 다르크란 낱말을 오용으로써 애국자와 성녀의 고귀한 삶을 폄하하고 역사를 우롱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고 있는 잔 다르크 증후군의 역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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