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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묘혈을 파는 사람들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묘혈(墓穴)은 묘 자리를 뜻한다. 동양의 풍수지리학은 사람이 살았을 때 기거하는 집을 양택(陽宅), 죽어서 묻히는 집을 음택(陰宅)이라 부른다. 묘혈은 음택의 다른 이름이다. 음택은 주인공의 살은 썩어 흙으로 흡수되게 하고, 뼈는 보존한다.

좋은 음택은 고인의 뼈가 자손들과 동기감응(同氣感應)을 일으켜 상서로운 기로써 돌보고, 나쁜 음택은 재앙을 불러와 가문을 절단 내기도 한다.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매장하는 경우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후손들이 고인을 가장 좋은 묘, 즉 대지(大地)에 묻음으로써 죽은 사람의 영혼을 편안하게 해 크게 발복하는 경우요, 다른 하나는 후손들이 고인을 중간 정도의 명당(明堂)에 묻어 무난하게 번성하는 경우요, 마지막 하나는 후손들이 고인을 흉지(凶地)에 묻어 패가망신 또는 유랑걸식하는 경우다. 흉지는 많고, 명당은 적으며, 대지는 극히 희귀하다. 그러기에 사람은 사나 죽으나 생존경쟁을 벗어나지 못하나보다. 그러나 살아있으면서도 죽음을 자초하는 사람이 있으니 세상 사람들은 그를 “자신의 묘혈을 파는 사람”이라 칭한다.

국정홍보처는 21일 공사장 인부들을 동원해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5층, 10층의 브리핑룸 집기를 뜯어내 청사 별관인 외교부 청사 통합 브리핑룸으로 옮겼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이날 “10월 1일을 기점으로 모든 취재지원은 합동브리핑센터에서 이뤄지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에 대해 반감을 표시해온 노무현 대통령은 이처럼 국정홍보처를 내세워 기자들의 취재의 자유를 관에 넣어 못질을 하는 형국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언론은 제4부로 불릴 만큼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수적인 존재다. 임기가 정해진 권력이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속성을 가진 언론을 핍박하면 이것은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로 비칠 수 있다. 언론을 규제함으로써 국민에게 일방적 사고를 주입시키려던 권력은 당대의 국민과 후대의 역사로부터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어찌하여 이 정권은 스스로 묘혈을 파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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