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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칼럼]신사임당과 신정아와 신신애

노력귀감 추앙받는 신사임당 로비위조 질타받는 신정아씨
미술계 먹칠 요지경 사건규명 ‘짜가가 판치는 세상’ 막아야

 

어느날 갑자기 탤런트 신신애(49)가 신사임당과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를 머리에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들까, 궁금했다.

고려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했으나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해 MBC 공채탤런트 9기로 데뷔한 그는 지난 1990년 MBC 연기자들이 뽑은 연기자상을 수상할 정도로 연기력을 인정받는 성공한 탤런트로 꼽힌다.

신신애는 우스꽝스러운 막춤 안무에 “세상은 요지경…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고 노래했다. 푼수이미지를 내세운 신신애의 막춤은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못난 이들’의, ‘잘난 이들’과 ‘잘난 사회’에 대한 공격과 풍자, 딴죽걸기의 방편이었다.

지금으로부터 500여년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보자. 신사임당은 현모양처의 귀감이 되는 조선중기 여류 서화가였다.

시문(詩文)과 그림에 뛰어나 여러 편의 한시(漢詩) 작품이 전해진다. 화풍(畵風)은 여성 특유의 섬세 정묘함을 더하여 한국 제일의 여류화가라는 평을 듣는다. 묘하게도 신정아가 활약한 분야처럼 미술계의 ‘거목’이었다.

신사임당은 강원도 강릉(江陵) 출생으로, 율곡 이이(李珥)의 어머니로서, 자녀교육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현모양처(賢母良妻)의 귀감(龜鑑)이 됐다.

그는 19세에 덕수이씨(德水李氏) 원수(元秀)와 결혼했다. 결혼 몇 달 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친정에서 3년상을 마치고 48세되던 해 여름 남편이 수운판관 (水運判官)이 되어 아들들과 함께 평안도에 갔을 때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사실 신사임당의 성장배경이나 결혼생활은 그리 순탄했다고 볼 수 없다.

양반집 딸이라는 신분의 ‘덕’을 본 것도, 변 전실장처럼 든든한 ‘뒷배’의 덕을 본 것도 아니었다. 그의 천부적인 재능과 더불어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북돋아준 남편의 격려, 그리고 본인의 피나는 노력의 산물이었다.

여기서 다시 무대를 2007년으로 옮겨보자.

올 추석 연휴의 최대화두는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와 권력형 비호 혐의를 받고 있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건이었다.

신정아 전 교수가 어렸을 적 가족환경이나 교육환경이 어떻했는지는 제쳐두고라도 ‘알몸누드’사진과 ‘몸로비’, 그리고 ‘변 전실장의 거짓말에 놀아난 청와대’라는 보도가 국내외 언론을 통해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을 보고 국민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국민들은 한국사회의 치부가 발가벗겨진 듯한 자괴감과 ‘가방끈 컴플렉스’에 중독된 사람들이 저지르는 학력위조에 서글픔과 경악을 금할 수 없었을 것이다. 1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보석류를 선물한 변 전실장의 행태.

국민들은 출세를 위해 자신이 만든 ‘위조의 각본’대로 움직여야 했던 신 전 교수보다 오히려 청와대와 대통령을 능멸한 변 전 실장에게서 더깊은 배신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비호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 서부지검은 신씨의 성곡미술관 자금 횡령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27일 오전 10시 신씨와 박문순 관장을 소환해 대질신문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날 소환조사에서 두 사람의 진술이 크게 엇갈리고 확인할 필요가 있는 세부적인 사실이 생김에 따라 대질신문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검찰에서 대기업들이 성곡미술관에 후원한 자금을 빼돌려 박 관장에게 상납했으며 그 대가로 오피스텔 보증금 2천만원과 1천300만원짜리 목걸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관장은 “오피스텔 보증금은 대납한 적이 없고 1천800만원짜리 목걸이를 대가 없이 선물했다”며 신씨의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은 수사 초기에 보증금을 신씨 본인이 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목걸이 또한 횡령과 관계없는 물품이라며 일단 신씨가 허위진술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외풍’을 타지 않고 수사가 제대로만 이뤄진다면 사건의 실체는 가려질 것이다.

국민들은 이 사건을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 절대로 대선정국에 휘말려 '대충수사'로 덮어서는 안된다.

내용과 실력보다 간판과 학벌에 매몰된 우리사회가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신정아 사건’.

이 사건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다면 이제는 국민들이 ‘세상은 요지경’이라고 비아냥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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