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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석의 작가탐방<31>-서경자의 예술세계

 

며칠 전에 경기도 안산에서 단원미술제가 축제의 무드로 열렸다. 이번 단원미술제에서 한국화 부문의 대상은 수묵으로 자동차를 그린 그림인데, 서양의 재료로 치면 검정색 하나만으로 그려진 일백호나 되는 그림과 같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 그림은 먹으로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킬 만큼 일류전적인 효과를 내는 독특한 그림이다. 단지 먹색 하나로 그려진 그림이 다양한 색의 느낌을 주는 것을 보면서 한국화 내지는 동양화의 위력을 새삼스레 실감할 수 있었다.

서양화를 하는 작가들 가운데서도 색을 상당히 깊이 있고 느낌 있게 쓰는 이들이 있어 관심을 끈다. 분당에 작업실을 두고 작품 활동을 하는 서경자도 이에 해당되는 작가이다. 그녀는 그림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판화를 한동안 공부하면서 자신의 그림세계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특히 그녀가 관심을 지닌 것은 색과 형태로서, 이를 위해 대단히 많은 양의 크로키를 꾸준하게 그려왔다. 크로키와 데생은 그림을 그리는 데 가장 기본이 되면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특히 인체나 동물에 대한 크로키는 많은 양의 훈련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분야이다.

 

어려서부터 그림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가졌던 서경자는 그림의 기본은 데생이나 크로키에서 나온다는 가장 기본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기초적인 작업을 충실하게 해왔는데, 이는 아마도 고등학교시절부터 그림을 가르쳐주었던 고 양인옥(梁寅玉)선생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미술인으로는 드물게 호남대학교 총장까지 하였던 양인옥 선생은 당시 국전에서 탄광의 광부를 그려 국무총리 상을 수상한 작가로서 목포와 광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구상 미술을 탄탄하게 하였던 작가이다. 그는 그림의 기본을 매우 중시하였고 특히 목탄 데생을 남다르게 다룬 보기 드문 작가이다.

서경자가 줄곧 크로키를 하면서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경자의 크로키는 특히 회화적인 감각을 바탕으로 하는 그림으로서, 그는 대상을 그릴 때 대체로 큰 붓을 사용하여 단번에 그리기를 즐겨하였다.

 

이러한 점은 그림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큰 붓을 사용하여 어떤 움직이는 대상을 순간적으로 그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이는 아마도 그녀가 학창 시절에 그림을 배울 때 기본기를 제대로 익혔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서경자의 그림에는 독특한 푸른색이 감성적으로 흐르고 마치 음악의 선율과도 같은 부드러움과 아늑함이 있다. 그녀는 디자인과 판화를 회화에 가미하여 더욱 심도 있고 깊이 있는, 음악과도 같이 부드러운 그림을 그린다. 이처럼 서경자가 그리는 푸른색 톤은 마치 음악의 선율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줄 수 있는 그런 색감을 지닌다.

 

 

이는 작가가 사람과 자연을 넉넉히 포용하며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경자의 그림은 진솔하고 욕심이 없으며 좀 더 인간적이고 삶의 향기를 담을 수 있는 그림이다. 이처럼 작가는 우리들의 마음의 고향을 담은 듯한, 삶의 향기가 느껴지는 그림을 그린다.

서경자는 무더운 어느 여름날 오후에 경찰서의 한 간부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어느 경찰서 유치장의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줄 수 있는 그림을 그려달라는 것이었다. 그림을 전공한 전경이 한 달 동안 그린 그림은 무엇인가가 부족한 것 같아서 지워버렸으니, 아무것도 없는 백색 공간에 서경자의 푸른 색 꿈을 그려달라는 어려운 부탁이었다.

 

작가는 고민 끝에 자신의 그림이 어둡고 힘든 여정을 가진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과 꿈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유치장 다섯 칸의 벽면에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그녀가 그린 그림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으며 많은 어두운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었다. 이처럼 서경자의 그림의 내면에는 독특한 색감과 서정적인 자연의 형상미가 흐르고 있다. 이는 마치 힘든 삶의 여정을 깨끗하게 할 수 있는 정화수와도 같다.

자연을 사랑하는 작가 서경자는 앞으로도 자신의 삶과 운명을 자연에 비추어 미적으로 관조할 것이다. 그리고 감각으로 포착된 것들을 터프한 터치와 연약하면서도 강렬한 색채로 표출해낼 것이다. 그것은 때로는 어두움 속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고 때로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에게 아름다움과 감동을 줄 것이다.

그녀는 분당의 외진 한 비닐하우스 작업장에서 묵묵히 그림을 그린다. 남이 알아주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다만 자신이 생각하고 그리고픈 것을 그린다. 서경자는 자신의 마음에 깊이 와 닿는 자연을 그리며 꿈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서경자의 작업실은 깊은 밤에도 불이 켜져 있다.

 

힘들고 어두운 많은 사람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아름다운 그림이 인적이 드문 이곳에서 하나 둘씩 태어난다. ■ 글=장준석(미술평론가)

 

<약력>
1978 홍익대학교 졸업(서양화 전공)
     동대학원 졸업(판화 전공)
2005 제2회 중국베이징비엔날레(북경)
     제2회 북경미술관 작품소장
2008 제3회 중국베이징비엔날레(북경올림픽 초대작가)
     현 한국미술협회, 한국전업미술가협회, 홍익여성화가협회, 한국크로키, 세계미술교류협회, 홍익판화가협회 회원
<개인전>
1999 모인화랑
2002 갤러리선 초대전
2003 베네치아 갤러리 초대전
     대전현대갤러리 초대전
     판화미술제(예술의전당)
2004 갤러리 가이아
     인갤러리 초대전
     Carrousel De Louvre, Paris, France전
2005 갤러리 율 초대전
     홍익대학교 미술관
     선화랑 초대전
2007 Calerie EVERARTS Paris, France전
     성남아트센터전
     한갤러리 기획초대전
<아트페어>
2004~06 SIPA 판화 미술제(예술의전당)
2005~06 살롱 Societe De Le National des Beaux Arts
2006 상해아트페어
     한국미술여성작가 3인 초대전(AKA Seoul Gallery)
     현대매체미술-Light 초대전(성남아트센터 미술관
2007 마니프 서울 국제아트페어 등 그룹전 다수
<작품소장>
2005 북경미술관
2006 국립현대미술관(아트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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