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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대못질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권력을 쟁취하는 순간에 대한민국 국민의 참여로 이뤄졌다고 호기 있게 외친 이른바 참여정부, 이마에 주름살이 또렷해 고생을 많이 한 서민의 풍모가 역연한 노무현 대통령, 민주화 투쟁에 앞장선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내팽개치고 권력의 정상으로 우뚝 선 일부 386세대, 세계적으로 침체 내지는 몰락하고 있는 ‘좌파정권’임을 대통령 스스로 표방하는 권력, 품위와 인격과 전통을 무시하고 막말조차 막하는 권력의 실세들―그들은 자신의 행동이 거칠 것이 없다고 믿는지 모른다.

IT혁명이 광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세상에 ‘대못질’이라는 케케묵은 아날로그적인 표현을 쓴 권력의 수장의 용기에 힘을 얻은 것일까. 국정홍보처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복무하는 언론인들에게 이른바 합동 브리핑센터라는 획일적이고 전제적인 뉴스 공급원을 마련한 대신 정부 중앙청사 9개 부처를 포함해 11개 부처 취재기자들에게 오늘부터 기자실을 떠나고 함동 브리핑센터로 모이라고 최후통첩하고 기존 기자실을 물리력으로 폐쇄했다. 이것은 자유언론에 대한 쿠데타요,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

국무총리 훈령이란 것을 보자. 그것은 공무원이 취재에 응하려면 공보관실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하고, 공무원 대면 취재를 접견실에서만 가능토록 한 것은 기자와 공무원의 만남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국민을 대신해서 활동하는 기자들을 하대(下待)하는 봉건적 관념의 부활이자, 민주화시대의 어느 정권도 감히 하기 어려운 폭거다. 이같은 언론에 대한 대못질은 오는 12월 대통령선거와 내년 4월 총선거를 겨냥한 문단속 같지만 사실은 스스로 입관해 국민에게 대못질을 해달라는 망동(妄動)이 아닐까.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은 이 정권이 이런 일을 강행할수록 정권을 교체할 다짐을 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만일 국민 참여정부가 국민의 분노로 종말을 고하면 새 정부는 언론의 자유를 널리 보장함으로써 합동 브리핑센터를 언론탄압 박물관으로 만들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언론을 탄압한 장본인들의 죄상은 역사에 길이 남고, 낭비된 혈세는 회복할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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