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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재래시장] 수원 영동시장

정조대왕 때 터잡아…수원 화성과 역사 같이해
포목점만 1백여곡 넘어 품질 넉넉한 인심 자랑
대형마트와 교류 유통대학 개설 등 현대화 박차

 

200년 전통 전국최고 포목시장 명성

전에는 돌을 구워서 팔아도 팔리는 시장이었어요.”“수원 최고의 시장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면 그런 날이 다시 오지 않겠어요?” 수원의 자랑인 세계문화유산 화성과 우리 전통 한복의 멋들어진 조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 바로 수원시 팔달문에 위치한 영동시장이다.

 

영동시장은 정조대왕 때 터를 잡은 이후 1919년 정식 건립을 거쳐 약 200년의 전통을 가진 경기남부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포목시장이다.

이곳은 한복·포목점 1백여 개를 비롯해 의류, 커튼, 수예, 가구, 식품 잡화를 아울러 총 3백여 개의 점포가 자리 잡고 있으며 최고의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 상인들의 넉넉한 인심을 자랑한다.

또 1년에 한 번씩 중소기업청에서 선정하는 전국 26개 시범시장 중 하나로 선정돼 고객지원센터, 팔달문 주차빌딩 건립, 팔달문길 차 없는 거리 조성, 팔달아케이드 설치 등 편리하고 쾌적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발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2000년부터는 매년 10월 한복맵시선발대회를 주최해 시장 홍보를 비롯해 전통한복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등 풍성한 볼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또 시장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매년 음력 7월7일과 10월7일 영동거북산당도당굿도 벌여왔다.

최근 2년간은 대형할인마트 못지않은 친절, 경영 교육을 위한 상인대학 및 유통대학을 개설해 시장상인들도 전문 경영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대형 유통 시장이 우후죽순 늘어나 시장통이 예전만큼 활기차지는 않다. 하지만 영동시장은 ‘적응이 곧 개혁이다’라는 생각으로 문화행사와의 연계, 대형마트의 품목 교류, 시설의 현대화를 위해 발전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 결과 내수시장은 여전히 어렵지만 의류매장의 경우 작년에 비해 매출이 늘었으며 빈 점포도 전혀 볼 수 없다.

(주)영동시장의 이정관 전무는 “시장상인들에게 자신의 상업을 대물림하겠느냐 물으면 그렇다라는 대답은 10% 미만이다”며 “상인들과 함께 젊고 전문적인 경영 마인드를 가지고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입장에서 생각 재래시장 다운 문화 형성”

   
 
  ▲ 이정관 영동시장 전무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는 것 뿐, 시장은 시장다워야 합니다.”

 

대학원 재학 시절 ‘재래시장 상인 조직 활성화 방안을 위한 연구’라는 논문을 쓸 정도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는 이정관 전무. 시장도 대형할인마트 못지않은 경영 철학을 갖고 일본처럼 가업으로 대물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재래시장의 힘은.
고객의 편리와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시장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오랜 시간을 두고 쌓아온 상인과 고객과의 믿음이다. 이것이 시장의 힘 아니겠는가.

 

▲대형할인마트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은.
시장의 특색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시장은 대부분 자연발생하기 때문에 입지를 고려하고 선정된 마트보다 교통 환경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취급하지 않는 중저가 상품을 도입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재래시장이 나아가야할 길은.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기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 자체 활성화가 급선무다. 고객의 편의를 위해 시설 개선에 관심을 갖되 시장다운 시장 문화를 형성하는데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문화행사와의 연계 등 홍보에 주력하고 저마다 주변시장을 이끌어 가는 선두 시장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곳에 자리잡은지 30년째 단골손님 혼수 내가 해줬지”

   
 
  ▲ 심효심 한복전문점 사장  
 
“새신랑, 새색시 옷고름을 만져준 지 30년이야.”, “단골손님들 아들, 딸 혼수도 다 내가 해줬지.”

 

1977년 영동시장에 자리를 잡고 한복을 만진지 벌써 30년이라는 무한 한복사랑 김행옥(69), 심효심(61) 부부. 김씨 부부가 지금까지 시장통에서 자리를 지키고 장사를 할 수 있었던 힘은 오직 한복에 대한 자긍심이다.

 

88년 올림픽 전후로는 한복의 인기가 높아 호황을 이뤘으나 이제는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손쉽게 한복을 구입할 수 있고 회갑·칠순 잔치도 드문데다 한복 대여점까지 생겨서 장사가 예전 같지는 않다. 하지만 재래시장 특성상 한 곳에서 오래 머물다 보니 자연스럽게 단골이 생기고 입소문을 통해 사람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김씨 부부는 30년 동안 그렇게 3명의 자녀들을 대학까지 공부시켰고 모두 다 좋은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며 맏딸과 둘째 아들은 이미 가정을 꾸렸다. 김씨가 시장에서 지낸 세월 동안 인연을 맺은 오랜 단골손님들은 그 자녀의 자녀까지도 김씨의 손을 거친 한복을 입힌다.

 

영동시장은 상인들의 고민을 통해 품질 좋은 옷감을 사용하고 일반 한복점보다 50% 정도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기에 가능한 일.

 

김씨는 “최근에는 냉·난방 시설도 갖추고 내부 정리가 잘 돼서 장사할 맛 난다”며 “이제 홍보하고 손님들을 끌어오는 일만 남았다”고 앞으로 시장이 활기를 찾을 것에 큰 믿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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