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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가난 대물림 사회적으로 끊을 수 있는 대안 필요

고정관념 생활방식 침식 사교육비 정책 효과 의문
학벌 아닌 능력개발 중요 교육문제 해결 시간문제

 

일주일에 한 번씩 초등학생 아이를 둔 엄마들이 모여 대안적인 교육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공교육 현장에 계신 선생님, 대안학교라고 불리는 곳에서 활동하는 선생님과 학부모 등 모임 참여자들의 고민을 좀 더 심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분들을 직접 모시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면서 열심히 대안적인 교육이 무엇이고,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를 찾아가는 중이다.

 

그런 과정 중 대안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엄마 스스로 힘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데 합의하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서 참으로 의미 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똑같은 말에 대해서도 서로가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대안적인 교육’이라는 말에 대해 어떤 이는 ‘대안적인’이라는 말에 중점을 두고, 어떤 이는 ‘교육’이라는 말이 중점을 둔다는 점이다.

 

또 동일한 언어에 대해서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험이나 선입견, 고정관념들에 따라 매우 다르게 해석된다는 점이다. 이는 매우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생활과 행동에서 매우 커다란 결과의 차이를 가져온다. 한 참가자는 자신은 일기를 쓰지 못 하겠다고 했다.

 

그 이유는 일기를 쓰면 후련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그 이유를 듣고 너무나 의아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일기를 쓰는데 그런 전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일 그 참가자에게 ‘후련할 것’이라는 전제가 없었다면 훨씬 더 자유롭게 일기를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에게는 다양한 경험들이 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암묵적으로 부과된 고정관념들이 있다. 그런 고정관념에 따른 전제들이 우리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을 어떻게 침식하고 우리의 행동을 규제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었으면 한다.

최근 유력한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교육정책 공약을 내놓았다. 이 후보는 ‘가난의 대물림을 교육으로 끊고,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 아래 공교육의 질이 높여 사교육을 찾지 않도록 하는 방안으로 ‘사교육비 절반 5대 실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 핵심내용은 자율형 사립고 100개 설립을 포함한 특성화 고교 300개 신설, 영어 공교육 강화, 3단계 대입 자율화, 기초학력 미달 학생 제로 플랜, 맞춤형 학교지원 시스템 등이다. 이를 두고 교육양극화 심화, 고교 서열화 등 다양한 반대 여론이 일고 있다.

교육문제는 누구에게나 참으로 쉽지 않은 문제다. 특히 사랑하는 아이들의 미래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장담을 할 수가 없다. 나는 여기서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교육정책 공약의 효과에 대해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 후보가 전제로 내놓은 얘기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 후보는 ‘가난의 대물림을 교육으로 끊겠다.’고 얘기했다. 우리에게 교육은 대물림된 가난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음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2007년 오늘에도 여전히 ‘교육’만이 대물림된 가난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이 온당한가에 대해 묻고 싶다. 어찌 보면 이 유일한 길에 대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부모들은 죽기 살기로 교육에 목을 매는 것이 아닐까.

나는 생활의 달인이라는 방송프로그램을 매우 좋아한다. 공부 잘하고 양복에 넥타이 맨 사람들만이 중요하고 대단하다는 인식을 바꿔주는 프로그램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 속에서 보람을 느끼면서 자신만의 능력을 키워 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은 나에게 경외감을 갖게 한다.

교육, 대학만이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 작지만 소중한 가업(家業)을 이으면서, 생산현장에서 땀 흘리면서도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그런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정당한 보상을 수 있다면, 오히려 지금의 사교육 열풍, 우리의 교육문제는 풀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후보에게 가난의 대물림을 교육으로 끊으려는 개인적 몸부림을 부추기는 무수한 헛된 정책들을 내놓기 전에 가난의 대물림을 사회적으로 끊을 수 있는 다른 대안들에 대해서 더욱 숙고하기를 바란다. 나 혼자 잘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대안을 나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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